수입차 시장에 불어닥친 찬바람이 매섭다. 10월 중순부터 시장을 파고든 금융 경색의 여파로 구입자금 대출이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11월 수입차 판매실적은 지난 9월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올 들어 수입차 시장 판매 1위를 독차지하고 있는 혼다코리아마저 얼마 전 전국 딜러들을 모아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은 찾지 못했다.

금융위기가 확산되자 캐피털 업체들이 현금 확보를 이유로 대출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캐피털 업체들은 대출 이용자들의 신용등급 요건을 대폭 강화했고,할부금융 자체를 중단하기도 했다. 한 수입차 회사 부사장은 "차를 파는 일보다 대출이 되는 업체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며 허탈해했다. 지금으로서는 신용도가 좋지 않다면 자동차를 현찰로 구입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러나 돈이 있는 소비자들도 불확실성 때문에 지갑을 닫아버렸다.

수입차 업계는 그나마 완성차에 부과하는 개별 소비세율 인하가 활로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책은 그동안 자동차 내수의 단골 부양책으로 활용됐다. 개별 소비세율은 배기량 2000㏄ 초과가 공급가격의 10%,2000cc 이하가 5%다. 개별 소비세율은 2003년 한시적으로 2000㏄ 초과는 8%,2000㏄ 이하는 4%를 부과한 적이 있다. 개별 소비세액 중 일부를 내리면 개별 소비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도 줄어 결과적으로 공급가액이 낮아지고,부가가치세마저 내려가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내려야 하는 시점이 지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업계에서 개별 소비세율 인하를 건의해야만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작 국산차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개별 소비세율 인하에 부정적이다. 인하를 검토할 경우 소비자들이 차를 안사고 미뤄 얼마간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완성차 업체는 인하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내수 판매가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해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반대하는 이유는 개별 소비세율 인하가 수입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 때문이다. 개별 소비세율을 낮추면 국산차보다 비싼 수입차의 판매가격이 훨씬 더 많이 내려간다. 현대차나 기아차의 경우 턱 밑까지 추격해온 혼다는 물론 국내 판매를 본격화한 미쓰비시,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대ㆍ기아차로서는 국산차보다 상대적으로 수입차에 유리한 정책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현실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협회는 최근 정부에 경유차 환경개선비용부담금 폐지,경승용차 자동차세 인하,하이브리드카 지원책 마련 등을 요청하면서 개별 소비세율 인하는 제외했다. 그러나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도 판매 침체에 빠질 경우 협회도 더 이상 개별 소비세율 인하를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재고마저 늘어나면 발 등의 불이 되기 때문이다. 국산차의 수입차 견제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세계적인 불황에서는 함께 사는 법을 택하는 게 현명하다. 라이벌을 통한 적당한 경쟁은 발전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