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 대통령 형 건평씨 출국금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24일 세종증권 매각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교 동기인 정화삼(62)씨와 정씨 동생 광용(54)씨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홍승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사실 소명이 충분하고 사안의 성격과 증거 관계에 비춰 구속수사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형제는 2005년 4월 세종증권 대주주였던 세종캐피탈의 홍기옥(59.구속) 사장으로부터 "농협에 인수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6년 1월 인수계약이 체결되자 다음 달인 2월27일 29억6천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씨 형제가 29억여원이 든 홍 사장 명의의 통장을 건네받았으며 그 뒤 여러 차명계좌로 돈을 분산시키는 등 `세탁 과정'을 거쳐 이를 추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에게 농협이 인수할 증권사의 최종 선택권이 있었던 만큼 홍 사장이 직접 정 전 회장에게 청탁하는 동시에 정씨 형제를 통해서도 정 전 회장에게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씨 형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를 통해 로비를 하겠다고 했다", "홍 사장이 직접 건평씨를 만났다"는 등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해 이들이 실제 노씨에게 돈을 건넸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노씨를 출국금지 했고, 조만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정화삼씨 형제로부터 정 회장을 연결해 달라는 연락이 왔지만 묵살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씨는 2003년 9월 대우건설 고(故) 남상국 전 사장으로부터 연임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받고, 자신의 부동산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정감사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추징금 600만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

남 사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받던 중 한강에 투신자살했다.

아울러 검찰은 다른 뇌물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정 전 회장을 이날 불러 조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05년 12월과 2006년 2월 세종캐피탈 홍 사장으로부터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는데 도와줘 고맙다'는 명목으로 50억원을 건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과 정씨 형제를 상대로 돈이 건너가는 과정에 누가 관여했는지, 받은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을 집중 추궁하는 한편 홍 사장이 다른 인사에게도 로비를 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또 정씨 형제에게 차명계좌를 만들도록 명의를 빌려준 사람들 및 농협의 증권인수팀 담당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

중수부는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62) 태광실업 회장 등이 세종증권 매각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남겼는지 및 이번 사건과 별개로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특보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날 "세종증권 비리 수사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했으며 중수부는 연말까지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