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정보국(CIA)이 2001년 페루의 마약 밀매 단속을 지원하면서 잘못된 공격 명령을 내려 민간 항공기를 타고 가던 일가족 중 2명을 숨지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CIA는 그러나 간부들의 입을 철저하게 단속하고 의회 질의에도 '불충분한' 답변을 내놓는 방식으로 백악관과 법무부조차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은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에 따르면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피터 획스트라 의원(공화당)은 2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CIA의 감찰 보고서를 공개하고, 전면 재조사에 착수할 것을 요청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기를 이용해 1995년부터 페루의 마약 밀매 단속을 지원해오던 CIA는 2001년 4월 20일 잘못된 공격 명령을 내려 미국인 선교사 가족이 타고 가던 민간 항공기를 향해 페루 조종사가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했다.

이 공격으로 민간 항공기가 불시착하면서 가족 4명중 어머니와 딸이 숨졌으며, 조사 결과 CIA는 사고 항공기가 마약 밀매기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정확히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CIA는 이를 "한차례 일어난 실수"로 축소하고 사건을 종결했으며, 간부들에게 이를 문서 자료로 남기지 않도록 '입단속' 조치를 내리고 의회와 법무부의 질의에는 '사실을 오도하는' 답변을 내놓는 방식으로 사실을 은폐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CIA가 페루의 마약 단속을 지원하면서 적절한 경고 조치 없이 격추한 항공기는 모두 10대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중에는 시야에 들어온 지 2-3분 만에 격추된 항공기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획스트라 의원은 자신이 당시에도 질의에 나섰지만 CIA 직원들이 "불충분하거나 사실을 오도하는" 답변을 내놨다면서, 보고서가 공개된 만큼 전면 재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IA의 마이클 헤이든 국장은 지난 8월 보고서 사본을 받아 보고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했으며,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마크 맨스필드 대변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