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의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로 상장사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이 틈을 타 인수ㆍ합병(M&A)을 노리는 지분 매입 사례가 늘었기 때문. 특히 코스닥 상장사는 코스피(유가증권) 상장사에 비해 덩치가 작고 지분구조가 취약해 M&A 표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외기업, 잇따라 코스닥 상장사 지분매입 "경영참여 목적"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가(家) 방계로 분류되는 후성그룹측은 코엔텍 지분을 대거 취득하면서 단숨에 최대주로 올라섰다. 후성HDS는 전날 공시를 통해 코엔텍 주식 662만6623주(13.25%)를 장내에서 취득했다고 밝혔다.

코엔텍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분변동보고서에 "회사의 주주로서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할 예정"이라며 "현재 이사 선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향후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에는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기재했다.

코엔텍의 기존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과 특수관계인인 현대미포조선으로 각각 379만2000주(7.58%)와 164만8000주(3.3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측은 코엔텍에 대해 산업 폐기물 처리를 위해 출자한 회사로 코엔텍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후성측 지분 매입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사이버결제는 전 경영진과 현 경영진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 경우다. 이 회사의 전 최대주주 배재광씨가 대표로 있는 어드밴스트테크놀로지벤처스측은 최근 송윤호 대표 등 현 경영진에 적대적 M&A를 선언하고 회사 지분 매집에 들어갔다.

어드밴스트테크 등이 지금까지 확보한 한국사이버결제 지분은 31.31%(297만4508주). 송 대표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지분 32.64%(314만4862주)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사이버결제의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된 내달 5일 경영권의 향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환헤지 상품 키코(KIKO) 거래로 수백억원대 손실을 보고 있는 씨모텍도 주가 급락이 적대적 M&A를 불러왔다.

M&A를 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김재우 동인스포츠 회장. 그는 지난달 중순 씨모텍 지분 9.15%를 보유하고 있다고 금감원 공시를 통해 밝히고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이후 지분을 13.71%(108만3226주)까지 늘렸다.

김 회장측은 씨모텍의 경영진 교체를 위해 임시 주주총회 허가 신청을 서울 남부지법에 낸 상태다. 회사측은 이재만 대표와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22.14%를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김 회장 측이 우호지분 확보에 나선 상황이어서 경영권 방어를 낙관할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껍데기 회사 많아져 경영권 확보 쉬워져"

올 하반기 들어 소형 상장사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세종IB기술투자의 정광명 이사는 "시가총액 100억원 이하의 미니 상장사가 속출하고 있어 수억원만 투자해도 주요 주주 등극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우리같은(세종IB기술투자) 구조조정 전문회사로서는 투자 기회가 많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세종IB기술투자는 최근 IC코퍼레이션과 테스텍 등 주로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 지분을 대량으로 취득하고 경영권도 적극 행사하고 있다.

정 이사는 "소위 문제 기업들 중 상당수는 회생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유자산을 정리하고 사업 조정을 거친다면 좋은 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창업투자사 임원은 "경영진에 문제가 있는 회사를 노리는 M&A 세력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적대적 M&A 세력이 횡령ㆍ배임 혐의를 포착한 이후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 모으면 경영진에 반기를 든 우호지분 확보가 그만큼 쉽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주식담보대출로 지분은 사실상 없고 이사회만 장악하고 있는 최대주주도 많아 상장사 경영권 확보가 예전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정형석/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