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백악관에서 함께 일할 사람들을 옛 클린턴 행정부 인사들로 채우면서 오바마의 '변화' 메시지가 결국 '경험'에 자리를 내주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오바마 당선자측에서 '경험을 겸비한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론과 함께 내각이 아닌 백악관 고위직 인사라는 점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이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된데 이어 그레그 크레이그 전 백악관 법률고문을 같은 자리에 재기용한다는 방침이 발표되면서 오바마 당선자의 인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크레이그 전 고문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위기 당시 법률 고문을 맡았던 점은 물론, 차기 내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재무장관 후보에도 역시 클린턴측 인사들인 로런스 서머스, 티머시 가이스너 같은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되면서 비판론자들은 클린턴 사람들을 뜻하는 '클린터니스타'들이 새 정부를 점령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측 인사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오바마 당선자가 인선 대상자의 경쟁력을 주로 검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특정 인종이나 이익집단 출신자를 '비례 대표' 식으로 끼워넣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1992년 인사 때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오바마 당선자가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나 소득세제 개선 같은 '큰 그림' 그리기에 전념하려 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중요한 사안들을 잘 처리한다면 사소한 일들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FT는 아침 조깅을 할 때나 패스트푸드점 방문 때에도 기자들을 대동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 당선자는 주로 시카고에서 언론과 담을 쌓은 채 국정을 구상하고 있고 그로 인해 언론으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지만, 이 또한 오바마 당선자가 1964년 이후 가장 확실하게 승리한 민주당 후보였다는 점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