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 이동통신의 기술 진화를 주도했던 퀄컴이 자체 기술을 이용한 4세대(G) 이동통신 개발을 중단키로 했다. 이에 따라 4세대 이동통신 표준 선점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노키아,에릭슨 등 유럽 진영이 추진하는 롱 텀 에볼루션(LTE)과 삼성전자 인텔 등이 주도하는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 간 양자 구도로 좁혀졌다.

4세대 이동통신은 시속 120㎞ 이상으로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도 초당 100메가비트(Mbps)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어 개인용 초고속인터넷(퍼스널 브로드밴드)으로 불린다.

◆퀄컴 4G 독자기술 포기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폴 제이콥스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13일(미국시간) 열린 연례 애널리스트 보고회에서 "휴대폰칩 수요 감소로 인한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울트라 모바일 브로드밴드(UMB) 개발을 중단키로 했다"며 "여기에 투여된 자원을 LTE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퀄컴은 미국식(동기식)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해 온 대표 주자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서비스 중인 2세대 서비스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3세대 서비스인 EVDO 리비전A(LG텔레콤 오즈) 등이 모두 퀄컴이 개발한 기술이고 UMB는 이를 뒤이을 4세대 기술 후보로 꼽혀왔다. 퀄컴이 UMB 개발을 접고 LTE 진영에 참여키로 한 것은 휴대폰 시장이 침체될 것으로 보고 굳이 투자비가 많이 드는 4세대 기술을 독자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와이브로,기회냐 위기냐

퀄컴의 이번 결정은 4세대 이동통신 후보로 와이브로의 진화 기술(와이브로 에볼루션)을 밀고 있는 삼성전자,KT,포스데이타 등 국내업체들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4세대 경쟁구도가 유럽 주도의 LTE 대 한국 주도의 와이브로로 압축되면서 장비 및 서비스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퀄컴이 와이브로 경쟁 기술인 LTE 개발에 주력키로 한 것은 반대로 위기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간 4G 표준 후보로 여러 기술들이 산재해 통신사업자들이 혼란을 겪었으나 퀄컴의 결정으로 4세대 시장 구도가 명확하게 정리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퀄컴이 LTE에 참여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4G 도입시기가 선점 변수

3세대 이동통신 세계시장에서 유럽 기술(WCDMA 등)의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여기에 뿌리를 둔 LTE 기술은 퀄컴의 동참으로 4세대 표준 경쟁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와이브로는 세력면에서 열세에 놓였지만 상용화 측면에선 아직 칩조차 개발하지 못한 LTE에 비해 앞서 있다. 이미 국내(KT,SK텔레콤)와 미국(스프린트넥스텔)에서 상용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일본(UQ커뮤니케이션)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4세대 이동통신 도입시기가 빠를수록 와이브로가 세계시장에 진출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각국 통신사업자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4세대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