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등 헤지펀드 거물들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왔다. 의원들은 헤지펀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 아닌가라고 매섭게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헤지펀드 거물들은 헤지펀드 때문이 아니라 과도한 규제 완화 등 금융시스템이 잘못된 데 따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조5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는 그동안 투기적 행태로 금융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3일 헤지펀드가 금융위기에 미친 영향을 규정하기 위해 열린 하원 감독 및 정부개혁 청문회에는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필립 팰콘 하빙거캐피털 회장,케네스 그리핀 시타델인베스트먼트 회장,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대표,제임스 시몬스 르네상스테크놀로지 회장 등 헤지펀드 거물들이 참석했다.

소로스 회장은 "금융위기는 에너지 가격 급등 같은 외부 충격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자체에서 비롯됐다"며 "잘못된 시장이론이 고삐 풀린 자유시장과 규제 완화를 불렀다"고 밝혔다. 시몬스 회장은 "자본의 수십배를 차입해 영업해온 투자은행과 파생상품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감독당국,위험 자산에 높은 등급을 부여한 신용평가회사들에 금융위기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헤지펀드들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팰콘 회장은 "헤지펀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공매도는 금융시장의 자연스러운 거래 행위일 뿐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규제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과잉 규제가 자칫 산업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헨리 왁스맨 위원장은 "청문회에 나온 헤지펀드 대표 모두가 지난해 10억달러씩의 소득을 올리고도 15%의 자본이득세만 내는 등 세금 혜택을 톡톡히 봤다"며 "이는 일반인들이 내는 소득세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