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4일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직후 첫 일정으로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어떤 논의가 있을 지 주목된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는데다 실제 상당수 연구원들이 버락 오바마 당선인의 참모로 활동하면서 미국 차기정부 외교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어 이번 간담회는 향후 한미 외교관계를 점쳐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놓고 양국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북한의 잇단 도발적 언동으로 남북관계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열려 참석자들의 발언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는 스트로브 탈보트 소장을 비롯해 이 연구소 출신으로 오바마 캠프에서 활동한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문제 보좌역, 제프리 베이더 아시아정책 담당자. 이보 달더 수석 연구원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는 먼저 브루킹스 연구원들이 오바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이어 이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설명한 뒤 자유토론을 갖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각각 참여정부와 조지 부시 정부에서 타결된 것이나 이를 이어받아 조기에 의회에서 비준하는 것이 양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6자회담 틀내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과 `상생과 공영'이라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를 전하면서 북핵폐기에 도움이 될 경우 오바마 당선인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회담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다시 한번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양국 관계가 올해초 `21세기 전략적 동맹 관계'로 격상된 점을 강조하며 군사, 외교, 안보, 경제, 문화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달하는 동시에 최근 국제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공조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기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과 함께 한미 양국의 새로운 관계설정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참석하는 미국측 인사들이 오바마 정부의 정책공약 성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미국측 참석자들은 공식적으로 브루킹스연구소 소속 인사들이며, 오바마 캠프 참모들도 개인적으로 참여하지만 정권인수팀과는 무관하다"면서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사실상 이 대통령과 오바마측과의 사실상 첫 대면접촉"이라면서 "방미 첫 일정으로 간담회를 갖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