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초부터 1만㎡ 이상의 부지를 용도변경하거나 특정용도로 묶인 도시계획을 쉽게 폐지할 수 있게 하는 대신 개발이익을 환수(還收)하는 내용의 '대규모 용도변경 규제 유연화와 도시계획 운영체계 개선 방안'을 어제 내놓았다. 그동안 공장,차고,터미널 등의 부지로 사용되다 기능이 쇠퇴해 토지이용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 곳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사실 그런 식으로 방치되다시피한 땅이 지금 서울시내 곳곳에 산재,활용 가능성이 큰 1만㎡ 이상의 대규모 부지만 96곳(3.9㎢)에 이른다. 그동안에도 이들 부지에 상업·업무시설을 짓기 위한 개발이 시도됐지만 번번이 특혜시비와 개발이익 사유화 논란으로 사업이 표류하거나 중단되는 악순환만 거듭해온 실정이다. 용도 변경에 따른 개발 이익을 적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탓이다.

서울시의 이번 방안은 개발이익을 공유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기부채납 형식으로 환수한 토지나 건물에 도로와 공원 등 공공시설뿐 아니라 문화·복지시설,장기전세주택 같은 사회적 공익시설을 조성함으로써 토지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특혜 우려를 불식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개발사업을 활성화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개발대상 부지의 대부분이 노른자위 땅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특혜시비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부채납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면서 민간부문의 건설투자 활성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개발이익 환수의 합리적 기준이 우선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맥락(脈絡)에서 기부채납 비율을 용도변경 유형별로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사업대상 부지면적 기준) 설정한 서울시 방안이 적정한지,토지 소유주와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는 수준인지 보다 충분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자칫 이 같은 방안이 용도변경 대상 부지 주변지역에 대한 투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부작용이 초래돼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미리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