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 증시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후 첫날인 5일(현지시간) 5%대의 폭락을 했다.

증시는 전날 대선 종료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로 급등하며 새 대통령의 탄생을 환영했지만 이날은 경기 악화를 알리는 지표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오바마가 어떤 대책을 내놓더라도 경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져 오바마에 대한 기대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86.01포인트(5.05%) 떨어진 9,139.27에 거래를 마쳐 9,100대로 주저앉았다.

다우지수는 장중에는 500포인트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98.48포인트(5.53%) 내린 1,681.64를 기록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52.98포인트(5.27%) 떨어진 952.77에 거래를 마쳐 하루 만에 다시 1,000선 밑으로 내려왔다.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다 못해 그 이상으로 떨어진 이날 증시의 폭락은 오바마에 기대가 크기는 했지만 그가 앞으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헤쳐나갈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할 가능성도 있는 경기침체와 최악의 국제 금융위기는 오바마에게 승리의 영광을 즐길 시간을 거의 주지 않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아발론파트너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카디요는 "어제 증시는 오바마의 승리 예상으로 크게 올랐지만 이제는 다시 현실로 돌와왔다"면서 "시장은 오바마가 경제 계획을 내놓기까지 관망할 것"이라고 마켓워치에 말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 경기도 크게 위축되고 민간부문의 고용도 크게 줄었음을 보여줘 경기가 더 악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이날 내놓은 10월 비제조업(서비스업) 지수는 44.4를 기록, 전달의 50.2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며 이 지수의 발표가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ISM지수는 50을 기준으로 이를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것으로, 3일 발표된 ISM 10월 제조업지수가 38.9로 전달의 43.5보다 더 떨어지며 2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함께 제조업 및 서비스업 활동의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 산업의 9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 경기의 악화는 실업의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 속에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소비가 전방위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0월 미국의 민간 고용은 15만7천명 줄어 전달의 2만6천명 감소에 비해 더 많이 줄었다.

이는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10만2천명 감소보다도 훨씬 많이 줄어든 것으로, 6년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런 일자리 감소 추세에 따라 7일 미 노동부가 발표할 예정인 10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0만명이 줄었을 것으로 월가는 예측하고 있고 실업률도 6.1%에서 6.3%로 높아져 5년만에 최고치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 전망의 우려 속에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가도 이날 급락하면서 에너지 관련주들이 내림세를 보인 것도 증시 하락에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에 대한 기대가 크기는 하지만 그가 지금같이 나쁜 경제상황을 단숨에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