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 크렘린의 각본대로 척척 진행되는 모습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5일 취임 후 처음으로 행한 의회 국정연설에서 대통령 임기를 현행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제의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임기 연장 발언을 꺼낸 것은 취임 6개월 만에 처음이지만 이는 그의 취임과 동시에 예견됐던 일이다.

러시아 언론과 관료, 정치 전문가들 모두 블라디미르 푸틴 현 총리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위한 헌법 개정 작업이 의회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8월 그루지야와의 전쟁과 최근의 금융위기가 이 같은 논의를 다소 주춤하게 만들었다.

사실 대통령 임기 연장 논의는 푸틴 전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 남아있던 지난해 초부터 친(親)푸틴계 관료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그들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룬 러시아를 푸틴이 계속 이끌어 주기를 원했다.

푸틴 전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 헌법의 `3선 연임 금지' 조항에 따라 대선에 나서지 못했고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임기 연장이었다.

푸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헌법 개정은 하지 않겠다고 누차 천명해 왔다.

자칫 서방국가들에 `독재자'라는 비난을 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측근들도 이런 염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정 작업을 추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푸틴 전 대통령의 퇴임과 동시에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고 6개월 만에 그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분석가들은 헌법 개정 작업은 임기는 연장하되 현행 3선 연임 금지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임기 연장 추진 배경에 대해 정부가 더욱 효과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기 연장 논의가 4년 뒤인 2012년 푸틴 전 대통령의 복귀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날 발언 역시 크렘린의 사전 각본에 따른 것이며 연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대통령 임기 개정안은 푸틴 총리의 인기가 아직도 80%를 넘고 있고,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의회 과반을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투표든, 의회 찬반 투표든 형식과 무관하게 쉽게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라리사 브리체바 대통령 고문은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개정안을 준비할 수는 있으나 언제 시행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