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으로 중기.건설업 옥석 가려야"

금융팀 = 전문가들은 3일 실물경기의 과도한 하강세를 감안할 때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경기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실물대책의 조기 집행을 통해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경기 부양과 함께 중소기업, 건설업 부문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옥석'을 가리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정부의 경제대책이 경기의 경착륙 대신 연착륙을 유도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은행에 직접 자금투입 등 극단적인 정책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직 우리가 여유가 있고 전통적 정책 수단을 추가로 사용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아직 금리가 높은 수준이고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건전해 추가로 사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유동성 많이 풀리면 물가에 위협을 주는 부작용에도 실물경기 급랭을 막고자 유동성을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유동성 확대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한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기침체가 점진적으로 이뤄져 세계경제 위기가 진정되면 금리를 서서히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부작용을 얘기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긴급할 때는 빨리 조치를 취한 뒤 외환보유액 등에 손실이 생기면 책임을 따져 모럴해저드를 최소화하는 방안과 체계를 갖춰야 한다.

◇ 연세대 이두원 경제학과 교수
현재 내수가 안 좋은 배경을 보면 건설 부분이 크다.

따라서 당장 경기가 너무 침체되는 것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정부 대책이 효과는 있을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건설 부분에 대한 정부 재정지출은 효과가 3~6개월 정도 짧게 지속되지만 조기 집행된다면 통화정책보다 빨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차원에서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지출이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고 현재 상황이 극히 예외적인 상황인 만큼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추세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재정지출은 가능하다.

다만, 경기부양과 동시에 구조조정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지방에 미분양이 많은 상황에서 구조조정 없이 부양만 할 수는 없다.

수도권 등에 과도한 규제를 풀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구조조정도 진행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한 저축은행도 일부 구조조정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정치적으로 부담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번에 발표된 종합대책이 경기에 도움이 되겠지만 흐름을 바꾸는 정도는 아니다.

경기하강 폭을 줄이는 것이 이번 대책의 목적으로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지금은 부동산가격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경기 위험요인인데 지난번 대책까지 포함하면 나올만한 것은 대부분 발표됐다.

투기지역 해제 등 수요측면에서 투기세력의 힘을 빌리는 좀 과한 대책도 있다고 본다.

건설업체 지원도 이미 분양한 택지를 다시 사주는 등 과도한 혜택으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

재정지출 확대정책은 앞으로 경기상황이 더 악화될 것에 대비해 추경 편성 등 추가 대책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부동산과 중소기업 금융은 우리 경제의 취약 부분들이다.

중기 부문은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자금경색 생기지 않도록 자금을 공급하고, 부동산 대책은 추가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다만, 부동산시장의 냉각 속도가 빨라서 부실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소기업도 한계기업들이 일정 부분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적으로 실물경제의 침체가 가파르므로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 대책만으로 이들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고 가업이나 가계 내부적으로도 대비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즉 가계는 빚을 줄이고 기업은 내부의 비효율을 제거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도 큰 문제인데 재정 지출 확대가 어느 정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 더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

◇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
최근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고 성장률과 국내총소득(GDI) 증가율 간 간격도 벌어지고 있다.

일을 했지만 소득이 늘지 않는다는 것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가 큰 부분에 투입되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수부진이 장기화할 전망이고 수출증가세도 둔화할 수밖에 없어 경기회복에 모멘텀을 찾기보다는 경기 급락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는 최근 중소 건설사의 부도율이 높은 상황에서 건설사 부도가 저축은행 부실, 시중은행 부실로 연결되는 사전 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급락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 같다.

다만 경쟁력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취약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건설사까지 이번 조치 덕분에 살아날 경우 앞으로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동시에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 등의 방식으로 강제적인 구조조정도 동반돼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