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정준하와 가수 김원준이 18일 개막하는 뮤지컬 '라디오스타'에서 매니저 박민수와 한 물 간 록가수 최곤으로 호흡을 맞춘다.

정준하는 데뷔 전 개그맨 이휘재의 매니저로 활동한 경험이 있으며, 김원준 역시 90년대 브라운관을 누볐던 인기스타였으니 두 사람 모두 극 중 역할과 꼭 닮은 꼴이다.

15년 전 매니저와 잘 나가던 가수였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두 사람을 이촌동 극장 용 연습실에서 만났다.

◇김원준 "'라디오스타'는 운명 같은 작품"


'라디오스타'는 한 때 가수왕의 자리까지 올랐다 쇠락한 가수 최곤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의 이야기다.

"위 아래 정점을 다 찍어봤다"는 김원준은 "최곤의 모습이 나와 너무 닮아 있다"면서 "'라디오 스타'는 운명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두 번이나 봤고 올해 초 뮤지컬 초연도 봤어요.주인공이 나와 너무 비슷해 맘에 담아왔는데 출연까지 하게 됐으니 운명같은 작품이죠. 뮤지컬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제가 마음을 바꾼 것도 '라디오스타'였기 때문입니다."

1992년 '모두 잠든 후에'로 데뷔한 김원준은 90년대 브라운관을 누비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대중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한동안 시련과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20세기에는 잘 나갔죠. 이곳 저곳 밀려드는 연락에 전화기가 항상 뜨거웠고 음악과 일에만 빠져 안하무인이었니까요.그런데 21세기 들어 인기 시들해지자 주변 사람들도 내 편 네 편이 가려지더라구요.사람 때문에 한번 슬럼프에 빠지고 음반 세 장으로 하루 아침에 몇십억을 날리면서 재정적으로도 슬럼프에 빠졌죠."

한동안 방황하면서 술과 담배에 빠져 지냈던 그는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각종 행사에 뛰어 다니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축제가 없을 정도"라면서 "그 때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2005년 그룹 '베일'을 결성한 그는 이제 대중을 위한 음악이 아닌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다.

그동안 클럽에서 100차례 넘게 공연을 했고, 대구예대 초빙교수로 2년째 강의도 하고 있다.

내년 2월에는 그룹 '베일'이 아닌 자신이 직접 쓴 곡으로 독집 음반을 낼 예정. '김원준'이라는 이름으로 음반이 나오는 것은 8년여만이다.

그는 "뮤지컬을 통해 다시 관객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이번 뮤지컬이 재도약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준하 "15년전 매니저 시절 생각하면서 연습"


정준하는 연예계에 데뷔하기 전인 1993-1995년 매니저 생활을 했다.

개그맨 이휘재의 매니저였던 그는 당시 방송 스태프의 눈에 띄어 TV프로그램에 이휘재와 동반 출연하면서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뮤지컬 출연은 '풀몬티', '헤어스프레이'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하지만 이번에 맡은 역은 코믹 연기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이전 역할들과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그는 "연습하면서 매니저로 뛰었던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15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 그 느낌으로 하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년 전만 해도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가 '라디오 스타' 속의 모습과 비슷했어요.박민수와 최곤처럼 저도 휘재와 같이 살면서 밥도 챙겨주고 싸우기도 했죠. 그때 경험이 연기에 묻어났으면 좋겠어요."

정준하는 그래서 뮤지컬은 물론 영화 '라디오 스타'도 일부러 보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배우 안성기를 흉내낼 것 같아서다.

"영화나 뮤지컬 초연에서 박민수를 맡았던 배우들이 너무 훌륭한 분들이어서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예요.하지만 전 그냥 15년 전 제 경험을 담아 내가 생각하는 '박민수'를 보여드리려구요.겪지 않은 사람과 겪어 본 사람이 뭔가 다른 게 있지 않을까요?"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