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던 경매 시장도 차츰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법원마다 값싼 물건이 넘쳐나고 있지만 실제 낙찰 건수는 신통치 않다. 지난 20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경매에서는 총 32건이 진행돼 2건만이 새 주인을 찾았다. 21일 진행된 입찰에서도 서부지법 20%,고양지원 15%,수원지법 17% 등으로 저조한 낙찰률을 보였다. '불황기 상품'으로 불리는 경매 물건도 워낙 깊어진 부동산 침체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좋은 물건을 더욱 싸게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미국발(發) 금융 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로 매수자들이 쉽사리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이런 때 잘만 고르면 좋은 물건을 싼 값에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원 경매는 용어와 절차가 생소한 데다 스스로 권리관계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근저당권·저당권,담보가등기,가압류·압류,경매개시결정등기 등 4가지 기본권리는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근저당권과 저당권은 쉽게 말해 해당 부동산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가 걸려 있다는 정도로 생각해두면 된다. 담보가등기는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부동산으로 변제하겠다는 내용을 약정했다는 것을 뜻한다.

가압류와 압류는 국가기관이 채권자의 신청을 받아 해당 물건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다. 경매개시결정등기는 법원이 해당 물건을 경매에 부친다는 내용을 알리기 위해 등기부등본상에 이를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등기부등본상 이들 기준권리보다 기일이 앞서는 권리는 인수하고,나머지는 (기준권리와) 함께 소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다만 예외적으로 부동산에 걸려 있는 소송 등 법적 분쟁에 대해 알려주는 예고등기는 기일에 상관없이 효력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등기부등본상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경매로 소멸되지 않는 권리가 있다. 유치권,법정지상권,관습법상 지상권,분묘기지권,특수지역권 등 5가지다.

유치권은 건물주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시공자가 점유하는 경우 주로 발생한다. 주로 토지 경매에서 나타나는 분묘기지권은 묘지에 대한 권리이며 특수지역권은 지역 주민이 각자 다른 사람의 토지에서 채취,방목 등의 수익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수십년간 해당 지역 주민들이 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으로 생계를 이어왔을 경우 이에 대해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지상권은 건물과 토지가 주인이 따로 있는 경우 나타난다. 이 같은 권리는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매수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경매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

실제 법원 경매에 참가할 때 준비해야 할 것은 신분증과 도장,최저 경매가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 등이다. 보증금은 현금 또는 수표로 준비해야 한다. 단 낙찰 이후 잔금 미납으로 인해 다시 경매에 들어가는 재매각 물건은 최저가의 20%를 준비한다.

일단 낙찰이 되면 낙찰일로부터 2주가 지나 잔금 납부기간이 정해진다. 한 달 내에 원하는 날짜를 정해 납부하면 된다. 잔금은 일시불로 내야 한다.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하면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입찰하기 전 반드시 자금 마련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다만 재매각일 3일 전까지 잔금과 지연 이자의 20%를 법원에 납부하면 낙찰을 그대로 인정받아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다.

자금계획을 미리 세우지 못했다면 경락잔금대출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대출은 낙찰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잔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금융사별로 대출 한도와 금리가 다르기 때문에 입찰 전에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