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매 유찰 속출 … '반값 세일' 물건 잇따라

관리상태나 권리상 흠이 없는 멀쩡한 아파트가 법원 경매에서 반 값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침체,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경매 아파트가 유찰을 거듭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20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권리 분석상 하자나 낙찰금액 이외에 추가로 인수해야 할 부담이 없으면서도 감정가의 절반에 주인을 기다리는 '깨끗한' 아파트가 늘고 있다.

앞으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주택수요자들이 웬만한 경매물건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면서 3번까지 유찰되는 물건이 그만큼 많아진 셈이다. 법원 경매 물건은 한번 유찰되면 20%씩 가격이 떨어진다. 유찰이 거듭되면 최저가는 감정가의 100%에서 80%(1회차 유찰시) 64%(2회차 유찰시) 51%(3회차 유찰시) 순으로 계속 낮아진다.

서울 양천구 목동 금호베스트빌 161㎡(49평형)의 경우 감정평가액은 8억원.이 아파트는 현재 소유자가 살고 있어 명도(기존 점유자를 내보내는 집 비우기 과정)가 비교적 쉽고 낙찰되면 등기상의 모든 권리가 말소되기 때문에 투자에 거리낄 것 없는 데도 3회차 경매까지 응찰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물건은 오는 24일 4억960만원(감정가의 51%)에 4회차 경매를 앞두고 있다.

마포구 도화동 현대아파트 185㎡(55평형)도 마찬가지다. 감정가는 8억7000만원이었으나 3번 연속 유찰돼 반값인 4억4544만원에 오는 28일 서부지법에서 경매될 예정이다. 경기 용인시 보정동 행원마을 동아솔레시티 211㎡(63평형)도 최저가 5억1200만원에 30일 수원법원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이 아파트의 본래 감정가는 10억원으로 7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경매됐으나 한 장의 입찰표도 제출되지 않았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아파트는 권리분석이 비교적 간단해 초보자들도 경매에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권리상 하자가 있는 물건을 제외하면 그동안 두 번 이상 유찰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그만큼 부동산 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데다 금리상승으로 경락잔금 대출을 끌어쓰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