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라도 변동형이 유리…자동이체 예·적금 은행 이용을
글로벌 금융위기로 좌불안석인 투자자가 한둘은 아닐 것이다. 그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자들은 위기 파도가 올라가면서 금리 상승이란 불똥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어 체감지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변동금리형 주택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가 연일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형 주택대출의 최고 금리는 어느새 8%를 훌쩍 넘어섰다. 시중은행의 유동성 부족이 완전히 해갈되기까지 당분간은 CD 금리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늘어나는 이자를 속수무책으로 다 떠안고 갈 수는 없다. 0.1%포인트라도 이자를 낮출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최근 대출자에 대한 은행의 금리 할인 혜택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대금리 조건을 활용하면 그래도 1%포인트까지는 이자를 깎을 수 있다.
◆변동금리?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고민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금리 약정을 어떻게 할까 하는 점이다. 최근의 상황으로는 변동형 대출이 고정형 대출보다 불리해 보인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간 CD 금리가 0.68%포인트 오르면서 같은 기간 변동형 주택대출의 금리도 1%포인트 가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억원을 대출받았다면 6개월 새 이자 부담이 연간 기준으로 300만원이나 늘어났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규 대출을 받는 입장이라면 고정금리형 대출이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3년 고정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는 최고 연 10%에 육박하고 있다. 변동형 주택대출 금리보다 2%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향후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해 변동형 대출 금리가 고정형 대출 금리를 넘어선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변동형 금리를 적용받는 것이 유리하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 대출자가 소위 '갈아타기',즉 변동형 대출을 고정형 대출로 바꾸는 것도 지금으로서는 현명하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약 2년 전 고정형 대출의 금리가 매우 낮을 때 고정형 대출을 받은 사람은 요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고정형 대출의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금리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애고 싶다면 금리상한 대출을 고려해 볼 만하다. 금리상한 대출은 CD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금리가 올라가지 않도록 한 상품이다. 대신 일반 변동금리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덧붙인 금리가 적용되므로 향후 금리 상승세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를 잘 판단한 후 선택해야 한다.
고정형 대출 중에서는 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과 일부 보험사를 통해 내주고 있는 보금자리론의 금리가 가장 낮다. 지난 10일 기준 10년 만기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연 7.3~7.6%다. 물론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 또는 1주택 소유자가 시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만 쓸 수 있다. 대출 가능한 금액은 1000만~3억원이다.
◆급여이체 등 우대 조건 활용
조금이라도 대출 금리를 낮추려면 우선 주요 은행의 금리를 비교해봐야 한다. 같은 주택담보대출이라 해도 은행마다 기준으로 삼는 금리와 이에 덧붙이는 가산금리가 다르다.
그러나 금리가 낮은 은행을 선택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은행은 대출자에 대해 갖가지 우대금리 명목으로 금리 할인 혜택을 주는데 은행과 대출자의 기존 거래 관계에 따라 할인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급여통장을 갖고 있다거나 예·적금 신용카드 펀드 등 거래가 많았던 은행이라면 그만큼 우대금리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고시금리가 낮은 은행을 택한 후 그 은행과 여러 가지 거래를 트면 대출 금리를 더욱 낮출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급여,휴대폰 요금,공과금,아파트 관리비 등의 자동이체 통장을 만든 뒤 △신용카드 회원으로 가입하고 △적금 등 적립식 상품을 들면 1.0%포인트까지는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또 인터넷뱅킹 가입이나 소득증빙자료 제출 등 대출자 입장에서 단 한 푼의 비용 부담도 없이 금리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모두 활용해야 한다. 은행에 따라 특별한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으니 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자녀가 3명 이상인 대출자에게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최후의 수단으로 은행 창구에서 '흥정'을 통해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무작정 생떼를 쓰기보다는 추가로 적금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0.1%포인트의 금리를 깎는 등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의 원칙을 지켜야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또 가족이나 친척 중 해당 은행의 VIP 고객이 있다면 연결고객 등록을 미리 하고 나서 은행을 방문하면 VIP 고객 대우를 받아 금리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