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원장 등 의사 3명, 간호사 400여명 입건
보험업계 '불법' 방문검진 관행 첫 적발


의사의 지도없이 보험 가입 희망자 70만명을 방문검진한 간호사들과 부정의료 행위를 지시ㆍ묵인한 병원 운영자 및 의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병원, 의사, 간호사, 출장검진 의료기관 등이 유착해 2003년께부터 보험업계에서 관행처럼 실시해 온 불법 방문검진을 수사당국이 적발하기는 처음이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6일 민간보험 가입 전 건강검진을 대행해주는 출장검진 의료기관(파라메딕)의 운영을 위해 병원 명의나 의사 면허만 빌려주고 이득을 챙긴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서울시내 유명 대학병원 원장 이모(65)씨 등 의사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의사 면허증만 빌려 파라메딕을 설립한 후 간호사에게 부정의료행위를 지시한 운영자 이모(48)씨 등 4명과 의사 지시없이 전국 보험 가입 희망자 70여만명을 출장검진한 간호사 400여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명의를 빌려준 병원과 의사는 파라메딕 업체가 보험사로부터 받은 검진비(1건당 3만5천~4만원 수준)의 20% 안팎을 수수료로 챙기면서 파라메딕 운영진의 불법 의료행위를 묵인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소재 A대학병원의 경우 지난 3월 모 파라메딕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병원 의사가 직접 검진을 지도하는 대가로 매달 총 검진비의 17% 이상을 받기로 했지만 의사가 종합소견서를 작성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보험회사 직원 출신인 업체 운영자들은 보험사에서 검진의뢰를 받으면 의사가 아니면서도 검진 대상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간호사에게 인터넷으로 채혈, 심전도 등 진료명령을 내리고 진료결과를 바탕으로 의사 대신 종합소견서까지 작성해 보험사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파라메딕 업체가 지난 2005년 1월부터 올해 9월 24일까지 70여만명을 불법으로 출장검진하면서 약 280억원을 검진비로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운영자들은 아르바이트에 나선 간호사들의 숙련도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진료 지시를 내려 실제 채혈 중 의료사고가 발생했고 심지어 출장에 동행하는 운전사가 엑스레이를 찍은 일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직으로 고용돼 검진 1건당 2만원 가량을 받았던 간호사들은 자신이 무면허 진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의료법상 의사의 지시 범위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간호사가 단독으로 진료하고 소견서를 썼기 때문에 건강검진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보험사기에도 노출될 수 있다"며 "2003년부터 확대되고 있는 파라메딕 사업에 대한 관련 당국의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른 파라메딕 업체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검진을 위탁한 보험사들도 비용을 줄이려 업체와 짜고 불법 의료행위를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