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승 주중 한국대사는 12일 중국에 숨어있거나 도피 중인 탈북자가 3만명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대사는 이날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주중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탈북자 규모와 대책을 묻는 질문에 "북중 국경지역 월경이 과거에 비해 어려워졌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또 "중국내 한국 공관에 진입하는 탈북자는 2003년과 2004년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있다"면서 "현재 공관에 있는 탈북자 수는 이분들의 안전과 중국과의 교섭을 위해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사는 북중 교역 규모와 관련, 2005년 16억달러, 2006년 17억달러, 2007년 20억달러로 늘었으며 올 상반기에는 11억5천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5%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것은 주로 광물성 원료 등 1차 상품이며 북한이 수입하는 것은 기계류와 곡물류"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대북 투자는 광산개발과 수산업 등 수익 창출이 용이한 분야이며 북한의 대중 투자는 매년 200만, 300만달러로 주로 식당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 대사는 업무보고를 통해 "영사부 내에 있는 탈북자 수용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21만달러의 공사비를 투입해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2002년 5월 이후 공관에 진입하는 탈북자의 한국행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영사부에 진입하는 탈북자들을 위해 기존 사무용 공간을 축소해 수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안중근 의사 안내표지판 설치 등 여야 의원들의 뜻깊은 제안이 속출해 관심을 끌었다.

외교통상통일위 아주반 반장인 민주당의 문학진 의원은 대뜸 신 대사에게 "하얼빈(哈爾濱)에 가본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신 대사는 "8년 전에 가본 적이 있다"고 즉석 답변했다.

문 의원은 "하얼빈역에 가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흔적이 있다"면서 "안중근 의사가 서있던 자리엔 삼각형 표시가 있고 히로부미가 쓰러진 곳에는 네모 표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이 표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주중 대사관이 나서서 '이 곳은 1909년 10월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자리'라는 표지를 설치하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의 박주선 의원은 "중국이 미국 지명위원회를 통해 백두산과 천지를 중국 영토로 표기하고 있으며 올해 창바이(長白)공항을 완공한 이후 백두산을 중국 영토로 적극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중국은 장백산 문화권이 한반도 북부를 아우르고 있으며 여진족이 주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는 통일 한반도에 대비한 것"이라면서 "중국의 치밀한 패권주의에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춘식 의원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고 한국을 배제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쓴다면 우리는 중국이 나서도록 하는 '통중봉북(通中封北)'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북한에 생필품 공장이 가동되고 관광업이 발전하며 북한 소득 수준이 3천달러가 돼야 남북의 공동번영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위해 북한이 개방에 나서도록 중국에 강력 요청하라"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