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기 3중전회 개막… 토지경작권 매매허용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향후 경제노선과 정책을 결정할 제17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7기 3중전회)가 9일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개막됐다.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는 '성장과 농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개혁.개방 30년간 달성한 연평균 10%에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한 성장전략과 농촌개혁을 통해 새로운 발전동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농촌개혁은 농민들의 토지경작권 매매를 자유화해 농업주식회사 설립을 허용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은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농민은 30년간의 경작권만 갖는 '승포(承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작권의 매매나 양도가 허용되면 대형 농업회사가 만들어질 수 있고,농민들은 주주로 참여해서 배당을 받을 수도 있다.

그동안 중국의 농민들은 토지가 강제 수용될 경우 배상을 받을 수 없었으며,농사를 짓는 농민끼리만 경작권을 주고받을 수 있어 농업의 대형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농토의 완전 사유화를 주장하는 시위가 적지 않았다. 또 경작권 시한을 30년에서 70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농토개혁은 제2의 개혁.개방을 겨냥한 새로운 돌파구의 성격을 지닌다는 평가다. 7억3000만명의 농민들이 농토를 매매하거나 임대할 경우 수조위안의 자본이 형성될 전망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대형 농업회사의 탄생으로 경쟁력이 강화돼 농민과 농촌 그리고 농업 등 '3농'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단기적으로는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정책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데일리는 이날 긴축 완화와 경기 부양이라는 정책적 방향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중국이 세계시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콩 중국문제연구소 리칭화 부소장은 "중국 경제는 펀더멘털이 취약하기 때문에 '외발 자전거'처럼 고속성장을 하지 않으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성장 중심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선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