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의 경력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기 침체기의 경력 관리는 호황기 때와 다르다. 호황기의 전략을 불황기에 구가해서는 안 된다. 지금 같은 불황기 때 경력 관리를 잘하려면 두 가지 원칙에 충실하라고 권하고 싶다.

첫째는 이직이나 전직 등을 통한 적극적인 경력 개발보다는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경기 침체로 시장이 얼어붙으면 기업의 모든 활동이 위축된다. 신규 사업을 벌이는 일도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일도 줄어든다. 대신 대부분의 기업들은 군살을 제거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려 한다. 성과가 부진한 사업은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임직원은 재배치하거나 내보내려 한다.

기업의 채용 수요도 감소한다. 웬만해서는 임직원을 뽑지 않고 빈 자리가 나도 내부 충원으로 채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채용을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다. 다가올 봄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봄 농사에 필요한 인력의 충원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때 채용하는 인재는 대개 기존 구성원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인재다. 인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는 충원일 경우 기존 인력 2~3명의 몫을 할 수 있는 고급 인력들을 뽑으려 한다.

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경기 침체기에 섣부르게 직장을 옮기려 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앞서 얘기한 대로 자신의 능력과 성과가 탁월하다는 자신이 서지 않으면 눈보라가 치는 거리를 헤매기보다는 현재의 자리에서 겨울을 나는 게 현명하다.

그렇다고 마냥 겨울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겨울 동안 봄 농사를 대비하는 농사꾼들처럼 불황의 터널이 끝났을 때를 준비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 가운데 일부는 증시가 침체기로 들어가면 MBA 문을 두드린다. 증시가 늪에 빠지면 열심히 노력해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좋은 조건으로 직장을 옮기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아예 이직을 포기하고 자기계발에 나서는 것이다. 이렇게 공부에 전념하다 장이 살아날 때 MBA가 추가된 이력서를 가지고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추진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기는 순환한다. 이 때문에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수축기에 현재의 직장에 머물면서 자기계발에 주력하다 확장기에 좋은 조건으로 이직한다. 경기순환 사이클을 잘 파악해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는 것이다. 가장 바보 같은 경력 관리는 확장기에 자기계발을 하고 수축기에 이직이나 전직을 하는 것이다.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