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금융인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 정부가 고통스러운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7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조치가 29일 시행에 들어가기도 전에 미 하원에 의해 `법안 부결'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이같은 예기치 못한 부결의 배경에는 대중의 거센 반발과 함께 국가의 개입을 지나치게 허용한 구제금융안 자체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금융귀족.국가개입에 대한 반감" = 미국의 보통 사람들 다수는 금융위기의 주범인 월가의 금융인들에게 세금으로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는 조치에 대해 심한 반감을 드러냈으며, 이는 표에 민감한 의원들의 `반란표'를 촉발한 주요한 배경이 됐다.

보통 미국인들이 보기에 월가의 금융인들은 탐욕스러운 데다가 능력도 없어서 이번 위기를 자초했으며 이번에 다시 국민의 세금을 통해 회생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
의원들은 그간 백악관의 구제조치 승인 압력보다 더 극심한 유권자들로부터의 부결 요구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뉴스가 전했다.

이와 관련, 반대표를 던진 의원 다수는 `구제금융 입법안이 설마 부결되겠느냐'는 생각 하에 이같은 유권자의 반발을 의식한 투표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폭스비즈니스닷컴이 이날 보도했다.

228명의 의원이 이같은 정치적 결정에 편승하면서 애초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11명이나 많아지면서 빚어진 상황이라는 것.
실제 폭스비즈니스닷컴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 가량이 구제금융안에 찬성한 의원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답한 반면 표를 주겠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또 법안 논의 초기부터 발목을 잡았던 공화당 의원들의 뿌리깊은 국가개입에 대한 반대성향도 부결을 야기한 주요한 배경이 됐다.

민주당이 가결을 주도하는 상황 속에서 이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을 터이지만 여당인 공화당 전체 의석 3분의2에 이르는 133명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폭스비즈니스는 이와 함께 구제조치가 미국 경제 회생을 실제로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데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던 것도 또다른 배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 "곤혹스런 의회, 향후 발길은?" = 자칫 금융위기의 심화를 야기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하원은 향후 행보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ABC뉴스는 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해 입법 재강행과 상원의 우선 표결, 법안의 일부 수정후 재의결, 민주당 주도의 법안 수정과 의결 등 네 가지의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하원의 법안 부결 이후 증시의 폭락 현상이 뒤따르면서 의회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현재로선 네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ABC뉴스는 전했다.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입법이 될 경우 법안에는 기반시설 투자와 실업수당 증액 등 민주당 색채의 입법 내용이 가미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