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율 잠실리센츠 30%…은평뉴타운 50% 그쳐
거래공백에 후분양제 아파트 잔금 마련도 부담


서울의 '알짜배기' 신규ㆍ재건축 아파트의 입주율이 저조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옛 잠실주공 2단지 재건축)아파트는 지난 7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후 두달이 됐지만 입주율이 30% 선에 머물고 있다. 5563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여서 집들이에 시간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주택거래가 꽉 막히면서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해 새 집으로 이사를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 6월 초부터 입주에 들어간 은평뉴타운에선 넉달 가까이 지난 9월 말 현재 실제 입주율이 50%를 밑돌고 있다. 후분양제 아파트여서 입주자들이 내야 하는 잔금이 분양대금의 60%나 차지,집값 마련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잠실동 S공인 관계자는 28일 "리센츠 아파트 계약자 중에서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해 잔금을 못 치르는 사례가 상당하다"며 "집을 싸게 내놓는데도 한계가 있어 계약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부 계약자는 잔금 마련을 위해 기존 집을 '급급매'로 내놓고 주택담보대출을 더 얻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가을 이사철이 돌아왔지만 정작 전세시장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새 아파트에서 전세를 살려면 살던 집의 전세금을 빼와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며 전세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문정동 H공인 관계자는 "잠실에서 대규모 입주(하반기 1만8000가구)가 진행되면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빠졌다"며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올려받기는커녕 전세금이 떨어진 부분 만큼 다른 곳에서 융통해야할 처지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입주에 들어간 파크리오(옛 잠실시영 재건축 단지)도 리센츠와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26일 저녁 7시.땅거미가 내려앉은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 아파트 단지는 어두침침했다. 입주에 들어간 지 넉달째 접어들었지만 불이 켜진 집들은 고층부 4~5개층이 전부였다. 나머지 층들의 발코니에서는 불빛이 전혀 새어나오지 않았다. 평균 40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며 '알짜 뉴타운'으로 꼽혀온 은평뉴타운의 굴욕이라 할 만하다. 계약자 대비 잔금납입 비율이 80%에 그친데다 잔금을 치르고도 학교 등 기반시설 미비로 입주를 미루는 사람이 많아서다.

특히 후분양제 아파트여서 잔금 비중이 높은 것은 입주율 저조의 큰 요인이다.

서초구 반포동 인근 Y공인 관계자도 "반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도 후분양 단지이기 때문에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미루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종서/정호진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