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반려자'이자 전직 비서인 김 옥이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4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 옥이 김 위원장의 와병설이 보도된 이후 북한 권력 내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9일 AP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의 관리들은 김 위원장의 와병설 이후 김 옥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정보보고서 가운데는 김 옥이 단순히 병상에 누운 김 위원장을 간호할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을 대신해 공식적인 서류에 서명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 위원장은 여전히 북한의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으며 군부와 당의 도움을 받아 병상에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믿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위원인 마커스 놀랜드 박사는 "김 옥이 김 위원장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놀랜드 박사는 "여러가지 점에서 볼 때 그녀는 침실이나 병실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명"이라면서 "그녀는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66세인 김 위원장은 지난달 뇌졸중을 앓았으며 현재 뇌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라고 각국의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물론 북한의 관계자들은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와병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한 달 이상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특히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김 위원장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김 옥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정남, 정철, 정운 등 세 아들이 있으나 그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확실한 후계자로 떠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당뇨병과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병석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록 권력 진공상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국대 강성윤(북한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가 오래 지속된다면 권력을 놓고 내분이 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옥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녀가 권력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병상에 있는 동안 그녀에게 의존함에 따라 그녀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경희대 강정모 교수는 "만일 김 위원장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김 옥의 역할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옥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김 옥을 수년전 자신의 '반려자'로 선택하기 전까지 모두 3명의 부인을 뒀다.

1980년대 이후 김 위원장의 비서로 활동해온 40대의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알려진 김 옥은 2006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 김 위원장을 수행한 바 있다.

물론 아시아의 정치 지도자들의 부인이 정치의 전면에 부상한 사례는 많이 있다.

과거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부인 장칭(江靑)이 1976년 마오 주석의 사망 이후 정치적 실권을 장악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대만에서는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의 집권 말기에 그의 부인 송메이링(宋美齡)이 권력핵심으로 부상한 사례도 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