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인수ㆍ합병(M&A)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주가 급락으로 코스닥 기업들의 몸값이 떨어지자 이미 체결됐던 M&A 계약까지 줄줄이 해지되는 등 M&A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영화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는 10일 지난달 19일에 맺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파워어웍스와 정태원씨 등이 지분 69.3%를 에이치씨파트너스와 조정호씨에게 185억원에 팔기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매수자 측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아 M&A가 무산됐다. 이 회사 주가가 M&A 계약일(2490원)의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이날 태원엔터테인먼트 주가는 하한가인 1030원으로 추락했다.

이 회사 외에 네오리소스와 NHS금융도 최근 대주주의 M&A 계약이 파기됐다. 지난 8월 이후 체결된 경영권 양수도 계약 6건 가운데 3건이 해지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코스닥 M&A 계약이 19건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M&A시장이 확연한 침체기로 빠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활황장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코스닥기업들의 몸값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알렉스 연 무한창투 사장은 "주가 급락으로 코스닥 상장사의 몸값이 1년 전 고점에 비해 30% 정도 떨어졌다"며 "아직도 과거의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팔려는 대주주들이 많지만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아 인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고 있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코스닥 상장사 사장은 "지난 5월에는 프리미엄으로 120억원을 줘도 안 팔았는데 지금은 80억원만 받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매물을 내놓은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코스닥 M&A시장의 주도권도 매도자에서 매수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 사장은 "이젠 경영권을 팔려는 매도자가 대접받던 시대가 지나고 '매수자 우위 시장'(Buyer's Market)으로 바뀌고 있어 앞으로 코스닥 M&A 거품은 더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저가 기업을 겨냥한 적대적 M&A 시도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이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코스닥 기업들이 속출하면서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해 경영권을 노리는 시도가 잇따를 것이란 얘기다. 최근 네오쏠라 지분 5%를 장내매수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한 디에이치오링크는 불과 9억원의 자금을 썼다.

M&A 컨설팅업체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영업 기반이 탄탄하지만 KIKO(통화옵션상품) 손실로 주가가 크게 빠진 기업들이 대폭 늘어난 상태여서 대주주 지분이 취약한 곳을 중심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