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 입장표명..추후 책임소재 놓고 공방 예고

미국의 대선 주자들은 정부가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사상 최대의 구제금융을 단행키로 한데 대해 시장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데 필요한 조치라고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 후보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설명하는 선에 그쳤으며 구제금융에 최대 2천억달러의 혈세가 동원되는 사태에 이른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공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기류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지난 10년간 의회를 상대로 2억달러에 가까운 로비자금을 쏟아부었고 공화.민주 양당의 대선후보들도 이들 업체로부터 정치헌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던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측 선임경제보좌관인 더글러스 홀츠-에이킨은 8일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규모가 더 이상 시장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장기적으로 이들 업체의 규모를 줄이는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들 업체를 민영화해 납세자들의 부담을 덜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시장의 안정화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는 성명을 내고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주택금융 시장에서 맡고 있는 실질적인 역할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 정체에 더 큰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일정 형태의 개입은 필요한 조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는 이들 업체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이 로비스트나 특수 이해관계에 좌우돼서는 안되며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을 돕고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매케인은 이번 구제금융 조치 이전에 사태를 악화시킨 점을 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 후보의 경우 공화당의 실정을 문제삼아 비난을 퍼부을 수도 있지만 시장안정화에 주안점을 둬 비판적인 코멘트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양당 대선주자를 포함해 유력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펼쳐 왔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후보는 프레디맥으로부터 1만7천700달러의 정치헌금을 받았고, 경선에서 겨뤘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1만7천600달러를 수령했다.

프레디맥은 매케인 후보에게도 8천100달러를 전달했다.

또 오바마 캠프에서 활동해온 짐 존슨, 매케인 캠프의 아서 컬버하우스 등은 부통령 선정위원회에 발탁됐으나, 뒤늦게 패니메이 등을 위해 로비활동을 한 `전력'이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매케인 캠프의 낸시 포텐하우어 보좌관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사례가 개인투자가들에게 이익을 안겨주면서 납세자들에게 위험을 떠 넘기는 `정실 자본주의'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면서 이들 업체를 정치적으로 지지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딱히 오바마 진영을 겨냥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런 발언은 양대 모기지업체의 구제금융 사태를 둘러싸고 향후 두 후보간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