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효녀'가 기어이 일을 내고 말았다.

제13회 베이징장애인 올림픽 화약소총 50m 3자세에 출전한 이윤리(34.전남일반)가 대회 나흘째인 9일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거칠 것이 없는 완벽한 `금메달 쇼'였다.

예선에서 세계신기록이자 패럴림픽인 579점을 쏘아 1위로 예선을 통과한 이윤리는 결승에서도 한 발도 8점대를 맞추지 않은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면서 합계 기록(676.9점)에서도 장애인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신기(神技)를 선보였다.

이 같은 엄청난 기록의 주인공이지만 이윤리가 사격에 입문한 지는 2년여에 불과하다.

1996년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뒤 부모님께 불효를 했다는 생각에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생각에서 탁구를 시작했지만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 특성상 본인과는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6년 1월 우연히 대전보훈병원 사격장에서 총을 만져보면서 사격과 인연이 시작됐다.

이윤리는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사격의 재미에 점차 빠져들었다.

이 때부터 사격에 매진했고 작년 열린 독일 오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오르면서 기록이 급상승했다.

올림픽 직전에 열린 제1회 서울컵 대회에서는 한국신기록과 비공인 세계신기록을 동시에 수립하면서 1위를 차지해 금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이윤리는 효심이 지극하다.

장애인이 된 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부모님께 깊은 걱정을 끼치게 했다는 점에서 항상 죄송스러움을 마음 속에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윤리는 이번 올림픽서 꼭 금메달을 따서 부모님 목에 걸어드리겠다고 다짐했고 그 다짐은 `금빛 총성'이라는 열매로 다가왔다.

이윤리는 경기 직후 "다친 뒤로 부모님께 항상 죄송했었는데 이번에 금메달을 따서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효도를 한 것 같아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치고 나서 많이 힘들었지만 이것을 극복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 노력의 대가가 금메달로 나오니까 오늘은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이자 최고로 행복한 날"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금메달에 기뻐하는 사람은 이윤리만이 아니다.

이윤리에게는 사격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

바로 남자친구 이춘희씨. 동갑내기인 이춘희씨는 이윤리를 2006년 1월 처음 만났다.

특전사 저격수 출신인 이씨는 군 복무 중 당한 부상으로 제대 후 대전보훈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여기에서 당시 사격에 막 입문하려던 이윤리를 만난 것.
첫 눈에 이윤리에 반한 이씨는 그 때부터 화약총 전문가로서 이윤리의 연습에 많은 도움을 줬고 자연스럽게 사랑을 키워갔다.

이씨는 이후 이윤리가 연습을 할 때나 아니면 타 지역으로 경기를 나갈 때나 항상 옆에서 곁을 지켜주며 이윤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이윤리도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남자친구가 특전사 출신이어서 사격에 많은 도움을 줬다.

남자친구한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미뤄왔다.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제 금메달의 꿈을 이룬 만큼 이씨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을 생각이다.

베이징사격장까지 찾아와 `천생연분'의 금메달 획득 순간을 지켜본 이씨는 "금메달을 따면 청혼하려고 했는데 반신반의하다 보니 준비를 못했다"면서 멋쩍게 웃고 "내일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윤리가 한국에 돌아오면 정식으로 멋지게 청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