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리는 나폴리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리마다 주체할 수 없는 쓰레기더미로 악취가 진동해 코를 둘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관광객은 뚝 끊어지고 미항의 이미지는 형편없이 추락했다. 나폴리뿐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오지의 에베레스트산도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다고 한다. 이쯤되면 오는 2050년 지구가 쓰레기 천국이 될 것이라는 잇따른 경고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지구 주변도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 폭발해 생긴 잔해와 우주선에서 분리된 로켓 등의 수많은 쓰레기들이 지구의 궤도를 따라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 쓰레기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무용하게만 취급됐던 이런 쓰레기들이 이제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유가로 인한 석유의 수급차질,자원고갈에 따른 원료불안 등으로 경제가 휘청거리자,여러 나라들이 전담팀을 만들어 쓰레기장 뒤지기에 나선 것이다. 쓰레기 재활용을 위해서다.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이 플라스틱이다. 세계 석유 생산량의 8%가 플라스틱을 만드는데 쓰이는데,이를 수거해 재활용하면 석유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영국의 쓰레기 매립장에는 무려 2억t 이상의 플라스틱이 버려져 있다고 한다.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22조원어치나 돼 황금이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나섰는데,자원을 절약하고,환경을 살리고 돈도 버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는 듯하다.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인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일 따름이다. 다만 산업화의 결과로 뭐든 새로 사고 버리는 세상이 쓰레기 공해를 유발한 것이다. 이제는 쓰레기를 버릴 때 돈을 내야 하고 버려서는 안 되는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려야 하는 시대까지 왔다.

생텍쥐페리가 말한 것처럼 '이 땅을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라도 쓰레기더미를 열심히 파헤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