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ㆍ경제학>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완구 충남지사가 열띤 논쟁을 벌였다. 수도권 규제 완화,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지역발전 문제 등으로 맞선 것이다. 김 지사는 "행정기관 몇 개를 행복도시로 옮긴다고 그곳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며,국민만 불편하게 하는 낭비정책"이라는 주장도 했다.

행복도시가 무엇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행정수도이전 공약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을 받자 다시 밀어붙인 게 수도를 분할하는 '세종시'라는 이름의 행복도시다.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댔지만 공부방을 옮기거나 공부방을 두 개 만들면 성적이 올라간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국무총리와 정부 15부 중 9부,2처 2청이 행복도시로 가는 경우 행정의 비효율과 국가적 낭비,국정운영과 위기관리 차질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무회의,국회,기타 업무협의차 관계부처의 장과 관계 공무원들의 잦은 서울나들이를 생각해 보라.시간 낭비는 물론 위기상황일 때 적절한 대처가 가능할 것인가. 쇠고기 문제에서 보듯 국가 일은 관련 부처가 협의하고 조정해서 풀어가야 할 일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대전에 있는 조달청 문화재청 중소기업청의 장들은 업무협의차 관련부처나 국회 일로 근무일의 거의 절반을 서울나들이에 쓰고 있는데(한국경제 8월30일자 1면) 행복도시로 옮겨가는 정부 부처의 장들도 비슷한 고충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명박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을 보면 행복도시 건설 등 노무현 정부가 박아놓은 '대못'을 빼기는커녕 이어가겠다고 한다. 숱한 문제점이 예상되거나 현실화되고 있는데도 이미 결정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두고두고 국가에 부담이 될 것이다. 지역개발논리를 앞세워 건설한 양양국제공항이 적자누적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걸 보라.부작용을 미리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궤도 수정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 행복도시 건설에 "아무 문제없다"고 우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20일 열린 행복도시 기공식에서는 "청와대와 정부,정부부처 일부의 공간적 분리는 매우 불합리한 결과"라면서 청와대와 국회까지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 이전의 위헌 결정을 뒤집는 발언이었고 바꾸어 말하면 이는 행복도시를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된다.

누가 지역발전을 반대하겠는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면서 국가 전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행복도시를 건설하지 않게 되는 경우 충청권의 상실감과 허탈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부처가 와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논리는 억지다. 충청권은 물론 국가 전체에도 좋은 방안이 왜 없겠는가.

행복도시 자리에 서울대를 유치하라.서울대 전체가 옮겨갈 수도,일부를 옮기거나 새로운 모습의 글로벌대학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국제중,영재고,과학고도 세워라.교육기관이 지방에 있다 해서 교육이 안 될 리가 없다. 공영방송 KBS도 옮겨라.방송을 어디서 하든 전국을 다 커버하지 않는가. 우수한 중ㆍ고교,대학과 각종 연구소,첨단기업,이들과 관련된 산업과 시설이 들어서면 연기ㆍ공주~대덕~청원~오송을 잇는 교육과학기술도시 벨트가 형성될 수 있다. 이름뿐인 행복도시보다 훨씬 행복한,살아 숨쉬는 자생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개발 한다면서 수도를 두 동강이로 갈라놓을 수는 없다. 승천하는 용이 되고자 하는 중국과 기술선진국 일본 사이에서 우리는 지금 한가한 지역갈등과 수도분할에 매몰돼 있을 여유가 있는가.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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