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1 세제개편안' 발표 후 전국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1가구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서 거주요건이 강화돼 '원정투자'가 급감한 데다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내년 양도세 완화 때까지 매도를 보류하는 움직임이다. 이에 따라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까지 주택 거래가 거의 올스톱됐고 신규 분양단지에서는 대거 미달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9ㆍ1 세제개편 '역풍' … 주택거래시장 올스톱
◆의정부,양주,김포 원정투자 급감

7일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거주자의 원정투자가 많은 경기도 의정부,양주,용인,김포,남양주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 신축 중인 아파트들은 '9.1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매수세가 여름 비수기 때보다도 위축됐다. 또 당장 거주요건이 강화되지 않는 기존 주택도 향후 시세 하락 우려로 매수가 줄었다. 서울 투자자들은 기존에는 이들 지역 주택을 3년 보유만 해도 1가구 1주택자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고가주택 제외)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지역에 따라 2~3년은 살아야 수혜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의정부는 올 여름부터 감소한 매수세가 이달에는 더욱 줄어 주택시장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의정부 용현동 S공인 대표는 "집만 사려던 사람들이 비과세 혜택을 못 받을까봐 매입을 망설이고 있다"며 "거주요건이 강화되면서 간간이 이어지던 매수문의마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인근 양주도 사정은 비슷하다. 양주시 삼숭동 H공인 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물이 나오면 호가 수준에 팔렸는데 거주기간 강화 방침이 발표된 후에는 매수자들이 입질도 하지 않는다"며 혀를 찼다.

이들 지역 신도시의 신규 분양 단지도 타격을 입었다.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이달 초 분양된 '우남퍼스트빌'(1193가구)은 순위 내 청약에서 모집 가구수의 40%가량이 미달됐다. '8·21 대책'에 따른 전매제한 단축의 최대 수혜 단지로 꼽혔으나 한강신도시 내 학교용지 확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거주요건 강화까지 겹치면서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지방은 '고사 직전'…

고가아파트는 매물도 줄어

지방시장은 고사(枯死) 직전이다. 특히 외지인 투자가 많았던 충남 천안·아산·공주시와 당진.연기군,충북 충주,전남 여수 등은 거주요건 강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천안 불당동의 114아산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수세가 완전히 끊겼다"며 "매도자들이 집을 못 팔아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대상에 새로 편입된 시세 6억~9억원 서울 고가아파트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긴 마찬가지다.

집주인들은 내년 양도세 완화 혜택을 받기 위해 매물을 회수하고 있고 매수자들은 매물이 증가할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N공인 사장은 "매도자나 매수자들이나 다들 버틸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전했다.

◆거래 침체 연말까지 지속 예상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에도 이 같은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데다 추가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선덕 소장은 "거시경제 등 외생변수에 대한 불안감이 주택시장에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바닥을 찍어야 국내 주택시장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거래 침체로 연말까지 전체적으로 보합 내지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