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이번 주 뉴욕 증시는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기 지표에 비춰볼 때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타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발표된 8월 미국 실업률은 6.1%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익성이 떨어진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고용은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다. 고용이 줄면 소비가 감소하고 경기는 더욱 위축된다. 신용경색과 주택시장 침체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 우려까지 확산되자 최근 들어 투자자들은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은 미 재무성 채권과 달러다. 최근 미 국채가격이 상승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이 같은 투자흐름과 무관치 않다.

특히 3분기 실적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어 주식 매수세는 더욱 약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는 거래량이 줄면서 경기와 관련된 통계가 나올 때마다 증시가 출렁이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이번 주 뉴욕 증시에 가장 영향을 미칠 통계로는 9일 발표되는 7월 현존주택판매 지수를 꼽을 수 있다. 전국 주택판매자협회가 발표하는 이 지수는 주택시장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월가 전문가들은 전달 일시적으로 호전됐지만 다시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모기지 연체 및 차압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 늘지 않고 있어서다. 주택시장이 바닥을 어느 정도 확인할 때까지 경기 회복을 기대하긴 무리다.

7월 무역수지도 관심거리다. 수출 증가세가 이어져 무역 적자 폭이 감소한 것으로 나오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소 가라앉아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

국제 유가도 예전만큼 영향력을 미치진 못하겠지만 여전히 시장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여줄 뿐 아니라 투자 심리를 개선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주말 106.23달러를 기록,한 주 동안 약 8% 급락했다. 유가 하락세가 이어져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배럴당 100달러 선이 무너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9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감산 논의가 이뤄지면 유가는 일시적으로 급반등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금명간 발표할 예정인 양대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 금융 방안도 증시에는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제 금융으로 양사의 보통주 및 우선주 가치가 상실되면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홍역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구제금융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돼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구제금융이 이뤄지면 양사의 자금흐름에 숨통이 터져 모기지 매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모기지 금리가 낮아져 주택 수요를 촉발시킬 수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