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제종자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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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도 생물이어서 자연의 지배를 받고 생물학의 기본법칙과 궤를 같이한다. 가뭄이나 폭우 등 변화하는 환
경조건에 적응하고, 온갖 병충해를 견뎌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를 위해서는 농작물의 종(種)이 다양
해야 하는데,그 종수는 갈수록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작물의 종이 줄어드는 원인은 소출을 더 내기 위해 작물을 유전적으로 동일하게 만들어 버린 탓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년 동안 무려 75%의 종이 소멸됐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농작물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어서, 이대로 가다간 먹거리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걱정하는 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사라져 가는 종을 보존하기 위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이 팔을 걷어 붙였
다. 세계 각국의 중요한 종자를 지정해 보관장소를 결정하는 이른바 현대판 '노아의 방주' 사업이다. 그 첫 번째 보관소로노르웨이의 북극지역에 위치한 스발바드가 지난 2월 선정됐다. 환경재해나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 최후의 날에대비, 씨앗 450만점이 보관된 국제종자은행인 셈이다. 한국산 재래종과 육성종의 벼, 보리, 콩, 채소, 원예작물 등 1만3000점도 맡겨져 있다.
이번에는 세계 두 번째로 우리나라의 '농업유전자원센터'가 '국제종자보관소'로 지정됐다. 초저온 저장시
설(영하 196도)을 갖추고 진도 6.7에도 버틸 수 있는 이 곳은 종자 50만점, 미생물 5만점을 100년간 보존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벌써부터 각국이 속속 종자기탁 의사를 밝히고 있어 우리나라의 종자 주권이 한층 강화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것으로 농업진흥청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 작물 씨앗들의 미래는 곧 인류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 지역특유의 생태계에 맞게 적응해 온 종들을 관리하는 일은 너무도 중요하다. 소리없이 세계를 구하는 일에 동참한 우리는 이미 생물학적 다양성을 지키는 전사가 된 느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경조건에 적응하고, 온갖 병충해를 견뎌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를 위해서는 농작물의 종(種)이 다양
해야 하는데,그 종수는 갈수록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작물의 종이 줄어드는 원인은 소출을 더 내기 위해 작물을 유전적으로 동일하게 만들어 버린 탓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년 동안 무려 75%의 종이 소멸됐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농작물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어서, 이대로 가다간 먹거리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걱정하는 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사라져 가는 종을 보존하기 위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작물다양성재단(GCDT)이 팔을 걷어 붙였
다. 세계 각국의 중요한 종자를 지정해 보관장소를 결정하는 이른바 현대판 '노아의 방주' 사업이다. 그 첫 번째 보관소로노르웨이의 북극지역에 위치한 스발바드가 지난 2월 선정됐다. 환경재해나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 최후의 날에대비, 씨앗 450만점이 보관된 국제종자은행인 셈이다. 한국산 재래종과 육성종의 벼, 보리, 콩, 채소, 원예작물 등 1만3000점도 맡겨져 있다.
이번에는 세계 두 번째로 우리나라의 '농업유전자원센터'가 '국제종자보관소'로 지정됐다. 초저온 저장시
설(영하 196도)을 갖추고 진도 6.7에도 버틸 수 있는 이 곳은 종자 50만점, 미생물 5만점을 100년간 보존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벌써부터 각국이 속속 종자기탁 의사를 밝히고 있어 우리나라의 종자 주권이 한층 강화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것으로 농업진흥청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 작물 씨앗들의 미래는 곧 인류의 미래이기도 하다. 그래서 각 지역특유의 생태계에 맞게 적응해 온 종들을 관리하는 일은 너무도 중요하다. 소리없이 세계를 구하는 일에 동참한 우리는 이미 생물학적 다양성을 지키는 전사가 된 느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