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위험 신호가 하나 더 늘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연간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달 자본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하자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위축된 외화 유동성이 더 악화되고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경상수지가 좋지 않은 가운데 자본수지마저 나빠졌다는 사실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자본수지가 흑자를 보여야 대외균형을 맞출 수 있는데,둘 다 외화가 빠져나가는 '쌍둥이 적자' 상황이 벌어지면서 대외균형이 무너졌다. 외환보유액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외 경제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가 지속되면서 국내에는 '9월 유동성 위기설'이 나올 만큼 달러 부족이 심각하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순채무국(대외채무가 대외채권보다 많은 국가) 전락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외환시장도 원ㆍ달러 환율이 최근 급등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9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원20전 오른 1089원에 거래를 마쳤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 요인이 경상수지 부문에 이어 자본수지 부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며 "환율 급등으로 물가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모두 적자를 내는 추세로 굳어질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정책당국은 지금 상황이 당초 예상했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재룡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최근 유가 하락세와 수출 강세가 유지된다면 오는 9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 당초 연간 전망치(90억달러 적자)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줄어들고 8월에는 채권시장에서 매수 우위를 보이는 만큼 자본수지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마저 다시 급등한다면 정책당국의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 유병규 상무는 "외국인이 지금 빠져나가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이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나빠지면 외국인 이탈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며 "정책당국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