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탈북 여간첩 원정화가 검찰 조사에서 2006년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힌 탈북자 김용화씨(54ㆍ탈북난민인권협회 회장)는 29일 "원정화가 그해 여름 나를 만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근황을 묻고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한 언론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원정화는 당시 내가 탈북자동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접근한 것 같다"면서 "자신이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관련된 일이 있고 일본에 있는 언니가 조총련에 이용당하고 있어 (조언을 얻기 위해) 황 선생과 한번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원씨가 허풍을 떠는 정도로 생각하고 "황 선생은 지금 경호팀도 있고 본인 의사도 들어봐야 한다"며 면담 주선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정화는 술을 좋아해 둘이서 소주 4~5병을 마실 정도였고,경기도 양평에 살고 있다고 해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헤어지면서 택시를 태워보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원지검과 경기경찰청ㆍ국가정보원ㆍ기무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원씨의 계부인 김모씨가 국내에서 벌인 간첩활동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합수부에 따르면 원정화 계부 김씨는 2006년 말 캄보디아를 통해 국내 입국한 뒤 간첩활동을 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돼 확인 중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