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가 급속히 하강할 조짐을 보이자 일본 정부가 감세를 포함한 특단의 부양 조치를 내놓았다. 개인 소득세를 올해에 한해 일정액 깎아줘 소비 확대를 유도함으로써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9일 당ㆍ정협의회를 갖고 경기둔화와 원유ㆍ식료 가격 상승에 대응한 '종합경제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내수침체에 물가상승까지 겹쳐 이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운수업계,중산층 이하 서민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대책으로 인한 수요확대 효과는 11조7000억엔(약 1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 정부는 우선 중ㆍ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세와 주민세 등의 일정액을 올해에 한해 경감해주기로 했다. 소득세 등을 거의 내지 않는 고령자와 극빈층에 대해서도 형평을 감안해 일반인들의 감세액 만큼 '임시복지 특별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구체적인 세금경감 방법과 감세액은 연말께 확정할 세제개편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들이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원활하게 자금을 대출해 쓸 수 있도록 신용보증재원으로 4000억엔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화물 트럭 등이 고속도로를 많이 이용하는 주중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30% 인하하고,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기존의 할인폭 40%를 50%로 확대할 예정이다.

생활이 어려운 75세 이상 고령자의 의료비 지원을 위해 2000억엔을 투입하고,저소득층과 모자 가정에 대해 금융회사들이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도 강구키로 했다. 일반인의 여행을 통한 소비촉진을 위해선 오는 10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토ㆍ일요일과 공휴일에 100㎞ 이하 거리에 대해 오전 9시~오후 5시 고속도로 통행료를 절반으로 깎아줄 계획이다.

감세를 제외한 이 같은 부양책의 총 규모는 11조7000억엔으로,이 중 실제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2조엔 수준이다. 나머지는 정부출자 금융기관 등을 통해 지원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올가을 임시국회에서 1조8000억~2조엔 규모의 추가 경정예산을 편성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책에도 불구,추가적인 국채 발행은 최대한 억제한다는 입장이다. 취약한 재정을 고려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150%에 달하는 대규모 공공부채를 안고 있다. 1990년대 '10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실시된 수차례 경기부양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결과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1조엔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초 이후 연 2% 수준의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 온 일본 경제는 올 2분기(4~6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경기회복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이달 초 경기하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지난 6년간 이어졌던 성장세가 막을 내렸음을 사실상 선언했다. 특히 원유와 곡물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뛰면서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