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上海)가 아니라 상윈하이(上雲海ㆍ구름바다 위)에 와 있네." 한 일본 금융회사 임원이 길이 55m의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손에 잡힐 듯 펼쳐진 구름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곳은 상하이의 월가인 푸둥지구 루자쭈이(陸家嘴)에 건설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빌딩인 환구금융중심(環球金融中心ㆍ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전망대.101층(492m) 건물의 100층(472m)에 위치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다. 상하이시를 끼고 도는 황푸강이 가냘픈 실줄처럼 보인다. 14년간의 공사 끝에 30일 일반인 관광객에게 첫선을 보이기에 앞서 VIP 초청 관람행사가 29일 열렸다. 이곳 관계자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 중에선 가장 높은 데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늘을 뚫고 엘리베이터로 전망대까지 올라오는데는 불과 48.7초밖에 안 걸렸다. 총 126대의 엘리베이터는 초당 약 10m의 속도로 움직인다.

상하이 푸둥은 중국과 해외의 은행 173개,증권사 202개,보험사 145개가 모여 있는 중국 금융의 자존심이다. 환구금융중심은 중국생명 스탠다드차타드 그리고 한국 미래에셋 등 금융회사 건물이 빙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푸둥 루자쭈이 스지다다오(世紀大道)에 건설됐다.

492m 높이의 건물은 사각형으로 시작,위로 올라가면서 삼각형으로 변하는 묘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곡선미가 뛰어나다. 건물 꼭대기는 마름모꼴로 구멍이 나 있다. 일본 모리건설이 지은 이 건물은 처음에 둥그런 원형 모양으로 설계됐지만,일장기를 연상시킨다는 중국 측의 지적으로 네모 모양으로 형체를 변경했다. 건설비는 11억6000만달러,연면적은 38만1600㎡다.

건물은 크게 상가와 사무실 호텔 전망대로 구성된다. 지하 3층은 1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며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은 상가와 레스토랑 카페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3층에서 5층은 18개의 컨퍼런스가 동시에 열릴 수 있는 회의장,7층부터 77층까지는 금융기관이 총 집합할 사무동이다. "입주가 모두 끝나면 월가를 수직으로 세워놓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환구금융중심 관계자는 말했다. 독일 상업은행,BNP파리바,일본 미쓰이스미토모와 미즈호은행 등 이미 분양면적의 45%가 계약됐다. 하루 평균 임대료는 ㎡당 3달러.한 달 임대비는 ㎡당 우리 돈으로 300만원이 넘는다.

79층부터 93층까지는 내달 1일 문을 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인 파크하얏트 상하이다. 85층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수영장이,91층부터 93층에는 식당과 바가 차려져 있다. 이 호텔의 하루 숙박료는 가장 싼 방이 5000위안(약 75만원)이다. 그 위 100층은 전망대며 관람료는 150위안(약 2만2500원).건물 안내원은 "리히터 규모 8의 강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소개했다. 이날 VIP 관람객들과 자리를 함께 한 모리건설의 모리 미노루 회장은 "중국이 30년 전 개혁ㆍ개방을 선언했을 때 이런 건물을 짓겠다고 마음먹었다"며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앞두고 완공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상하이 시정부는 다음 달 환구금융센터의 입주가 본격화되는 것을 계기로 국제 금융도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상하이시는 외국 금융사 직원에게 △주택 임대료 20만위안(약 3000만원) 지원 △개인소득세 환불 △연간 무료 건강진단 실시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주기로 했다. 푸둥 금융관리위 순웨이 부주임은 "푸둥은 지금 10만명의 금융인재가 있지만 홍콩(40만명)과 뉴욕(80만명)에 비해 크게 적은 수준"이라며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 금융인재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는 중국의 간판 국제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홍콩 베이징 등과 경합 중이다. 은행장 출신으로 베이징 시장을 지낸 왕치산 부총리가 베이징을 국제 금융도시로 키우려는 것이 부담이긴 하다. 그러나 "외국 금융사들엔 베이징보다는 상하이"(산업은행 상하이지점 추원서 지점장)라는 평가처럼 금융허브가 될 가능성은 어느 곳보다 크다. 뉴욕과 런던을 넘어서는 국제 금융도시의 건설이라는 상하이의 꿈이 환구금융센터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상하이=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