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간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8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루지야 사태는 백악관의 음모"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 내 누군가가 사태를 악화시켜 미국 대선후보 한 명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이번 갈등을 유발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부시 미 행정부와 공화당을 겨냥한 것이다. 푸틴 총리는 이어 그루지야 문제를 이란 핵문제와 연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며 서방을 압박했다.

그루지야 사태는 경제 문제로도 확전되는 양상이다. 푸틴 총리는 닭 칠면조 오리 등 가금류 고기를 판매하는 19개 미국 업체의 대(對)러시아 수출이 금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지난해 러시아 검역당국이 이들 미국 업체들에 경고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추가로 29개 미국 업체가 경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루지야와 러시아 간 외교 관계 중단이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골 바샤드제 그루지야 외무 차관은 "그루지야는 러시아와 외교 관계를 중단할 것"이라면서 "이미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루지야 의회는 전날 러시아와 외교 관계를 단절하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으며 두 자치공화국에 배치된 러시아군을 '점령군'으로 규정했다.

한편 러시아는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중국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서방의 비난이 높아지는 데다 중국마저 등을 돌리면서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폐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회원국은 결속 강화와 테러 척결 등의 내용을 담은 '두샨베 선언'을 채택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다. 다만 "그루지야를 둘러싼 긴장에 우려를 표시하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촉구한다"는 내용만을 담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러시아의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개최를 지지한다는 말만 전할 뿐 러시아에 대한 지원 발언을 자제했다. 이번 회담에는 러시아와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 회원국 정상 등이 참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