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태극전사들에게 필요한 것은?...스피드와 패기!'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북한전(9월10일)을 앞두고 28일 23명 엔트리를 발표한 가운데 공격진 물갈이와 올림픽대표들의 합류가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공격진 전면 개편이다.

허정무 감독은 3차 예선에 나섰던 박주영(서울), 고기구(전남), 설기현(풀럼), 안정환(부산) 등 4명을 빼고 서동현, 신영록(이상 수원), 이근호(대구), 조재진(전북)을 발탁했다.

설기현은 3차 예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플레이로 팬들의 눈총을 받았지만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전방 공격수로 보직을 바꿔 골을 터트리는 활약, 리그 적응 배려 차원에서 발탁을 하지 않았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설명이다.

하지만 고기구와 안정환, 박주영은 K-리그는 물론 대표팀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게 탈락의 주요 원인이다.

고기구는 큰 키를 활용한 제공권 장악을 주문받았지만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고, 안정환 역시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박주영은 베이징올림픽 조별리그 1차전에서 행운의 프리킥골을 터뜨렸지만 컨디션 난조에 따른 자신감 결여와 무릎도 좋지 않아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이들을 대신해 올해 K-리그에서 11골을 터트렸지만 아쉽게 박성화호에서 탈락했던 서동현을 비롯해 올림픽대표팀에서 활약한 신영록(수원)과 이근호(대구) 등 패기와 스피드가 좋은 '젊은 피'를 선택했다.

특히 허정무 감독은 기존 고참급 선수들의 부진을 7명의 올림픽대표팀 선수로 보강하면서 최종예선을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 3월 이후 허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못했던 조재진은 K-리그에서 8골이나 기록하는 활약을 앞세워 포스트 플레이를 위한 전방 스트라이커 요원으로 부름을 받았다.

지난해 아시안컵 이후 1년여 만에 대표팀에 뽑힌 이천수(수원)와 최성국(성남)도 관심거리다.

이천수는 지난해 아시안컵 이후 페예노르트(네덜란드) 진출과 발목 부상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워낙 의욕이 뛰어나고 지난 27일 K-리그 컵 대회에서 복귀골을 터트리면서 자신감을 확실히 찾은 게 허 감독의 결심을 굳히게 했다.

선수보호 차원에서 제외한 박지성을 대신해 전방을 휘저으며 수비라인을 흔들 수 있는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성국도 지난 2일 한일 프로축구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하고 K-리그에서도 7골 3도움의 좋은 활약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어 오랜 만에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측면공격의 활로를 찾고 싶어하는 허정무 감독으로선 발 빠르고 드리블이 뛰어난 '이천수-최성국 카드'는 최상의 선택인 셈이다.

이밖에 미드필더 라인에서는 대표팀 예비명단에만 포함됐던 기성용(서울)이 베이징올림픽에서 보여준 활약을 바탕으로 허정무호에 처음 입성한 것도 인상적이다.

고민거리였던 수비라인도 김진규와 김치곤(이상 서울)을 발탁하면서 이정수(수원)의 발가락 골절과 발목수술 이후 회복중인 곽태휘(전남)의 빈자리를 메우게 했다.

김진규는 본프레레호와 베어벡호를 통해 주전 수비수로 떠올랐지만 허정무호에서는 이번이 처음 발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