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분들만 모십니다. '

수입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기존 차량에서 불필요한 기능을 빼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한정판 모델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이 국내 시장의 6%를 넘어서는 등 대중화 바람이 불면서 나만의 개성을 살린 자동차에 소비자들이 몰린다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이다. 가격은 기존과 같거나 저렴해 경제적인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봇물 터진 스페셜 에디션

BMW코리아는 지난달 320i 모델에 음향기기로 유명한 아이팟 mp3를 장착한 한정판 모델인 '320i 아이팟 에디션'을 출시했다. 올 1월 '320i M스포츠 패키지'와 '740Liㆍ750Li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은 데 이어 세 번째다.

40대만 한정 판매되는 이 차엔 BMW 로고가 새겨진 16G 용량의 아이팟을 통해 기존 차량보다 한층 뛰어난 생생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배기량 1995㏄에 밸브트로닉 4기통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이 156마력에 달할 정도로 힘이 좋다. 가격은 4740만원.

폭스바겐에서 32대 한정으로 내놓은 '골프 R32'는 출시도 되기 전에 준비된 물량이 동났다.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2008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사전 계약 요청이 쇄도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본사에 13대를 추가로 주문해 총 45대를 팔았다.

골프 R32는 배기량 3189㏄의 6기통 DOHC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50마력,최대토크 32.6kgㆍm의 성능을 지녔다. 최고속도는 시속 248㎞에 달한다.

부가세를 포함한 국내 판매가격은 4990만원.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골프 R32는 고성능 해치백으로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며 "국내엔 한정판 모델로 출시해 희소가치를 더욱 높였다"고 말했다.

GM코리아가 7대 한정으로 국내에 들여온 '사브 터보X'에는 계기판 안에 차주의 이름과 차량 고유번호가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 200여대만 생산된 이 차는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판매된다.

1977년 가을 출시된 첫 번째 터보엔진 장착 모델인 '99 해치백 터보' 이후 사브가 30년 만에 만든 터보 차량이다. 최대출력 280마력의 강력한 터보엔진과 4륜구동 제어장치인 XWD가 탑재돼 힘과 코너링이 좋다. 차량 가격은 6750만원(부가세포함).

아우디코리아는 중형 세단인 A4 2.0 TFSI 모델 외관을 보다 다이내믹하게 바꾼 'S-라인 패키지'를 출시해 인기를 모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하드톱 컨버터블인 SLK-클래스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80대 한정 모델인 'SLK 에디션 10'을 내놓았다.


◆인기 요인은 '나만의 차'

수입차 시장에서 한정판 모델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요인은 희소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점유율이 6%를 돌파하면서 기존 모델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독특하고 개성있는 차량을 선호하고 있다"며 "특히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 같은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 에디션의 잇단 등장은 젊은층 고객의 까다로운 구미를 만족시키려는 수입차 업계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아이콘이 됨에 따라 고객의 취향과 개성을 살린 스페셜 에디션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을 감안,음악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아이팟을 장착한 한정 모델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에서 20~30대 젊은층이 갖는 구매력은 점점 막강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수입차 구입자를 연령별로 살펴본 결과 20~29세 고객은 지난해보다 무려 53% 증가한 1042명에 달했고 30~39세 고객도 전년동기 대비 45.5% 증가한 3975명이었다. 다른 연령대가 30~40%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불필요한 사양을 줄인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 알뜰 구매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320i 스페셜 에디션'은 성능은 기존 모델과 똑같으면서 사용빈도가 적은 일부 옵션을 빼 가격을 기존 4520만원에서 4180만원으로 8%가량 낮췄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