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 주도주와 자금,호재성 재료가 모두 공백 상태인 속에서 대형주들이 부진을 거듭해 정부 규제 완화 수혜가 기대되는 일부 정책 관련주들에만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20일 코스피지수는 뉴욕 증시 하락의 영향으로 한때 1520선으로 급락하다가 중국 증시가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반등한 데 따라 낙폭을 점차 줄여 0.70포인트(0.05%) 떨어진 1540.71로 마감했다.


삼성전자(-0.71%) LG디스플레이(-1.17%) 현대중공업(-2.075) 등 주요 종목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현대건설 현대산업 대림산업 등 일부 건설주는 1% 안팎의 오름세를 보여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또 이건창호(7.03%)가 사흘째 급등한 것을 비롯해 세방전지(2.28%) 넥스콘테크(14.98%) 뉴인텍(3.72%) 등 '녹색성장 정책'의 수혜주들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중국 등 외부 변수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 등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관련주들이 힘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종목은 오히려 정부의 규제 강화에 발목이 잡혔다.

강원랜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카지노와 경마 등 사행산업에 대한 매출총량제와 실명카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날 2만900원으로 11.81% 급락했다. 최찬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규제대로라면 강원랜드의 카지노 매출은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면서 "최종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인터넷업종 대표주인 NHN다음도 정부 여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 언론중재법과 신문법 개정을 통해 포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동반 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시에서는 추석 전까지 잇달아 나올 정부의 대형 정책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정부는 21일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추석 연휴 전까지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기후변화 종합대책,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 굵직한 정책 현안들을 연이어 발표할 계획이다.

최관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기본계획이나 기후변화대책 등 대략적인 틀이 잡혀 있는 정책들과 관련한 단기 테마주들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탄소배출 관련주,하이브리드카 관련주,신재생 에너지 관련주 외에도 한국가스공사LG상사 등 해외 자원 개발 관련주들이 새로운 관심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양책이 실행되면 1차적으로 건설주들이 반등할 수 있고 소득세 인하를 통해 내수 촉진에 나설 경우 유통 등 내수주들에 대한 수혜도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정부 보유 지분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 등도 일시적으로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 관련주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한국전력과 발전 자회사들의 통폐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도 "사교육 관련주 등 실적 개선효과가 제한적인데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종목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