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등록제를 둘러싼 PC방 업주와 행정당국 간 갈등이 행정소송과 위헌소송 등 법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서울 응암동 H PC방 업주 최모씨는 지난 18일 은평구청이 내린 영업장 폐쇄 처분이 부당하다며 집행정지신청서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역 PC방 업주 44명은 자유업이던 PC방을 등록제로 바꾼 게임산업진흥법 시행규칙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지난달 31일 서울행정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영업폐쇄 처분을 받은 미등록 PC방들의 법정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PC방 등록제 일파만파

PC방 업주들이 소송을 건 것은 지난 5월1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PC방 등록제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5년 사행성 성인용 PC방 바다이야기 사태 등이 불거지자 자유업이던 PC방에 대해 관할 시ㆍ군ㆍ구청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면서 PC방 업주와 게임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문화부 관계자는 "게임산업법 시행규칙에 건축법,학교보건법,전기사업법,소방법 등의 조건을 갖춰야 등록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며 "처벌 유예기한인 7월31일이 지남에 따라 8월1일부터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 미등록 PC방은 영업폐쇄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PC방 등록제 시행 이후 처음으로 행정소송을 낸 응암동 H PC방 업주 최씨는 학교 경계로부터 2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학교보건법상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영업폐쇄 처분을 받았다. 최씨는 "2005년 10월에 개업할 때는 학교정화구역 안에 있어도 PC방 영업을 할 수 있었다"며 "등록제 실시 이전에 개업한 PC방까지 소급해서 등록요건을 갖추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지역 PC방 업주 44명이 낸 위헌소송도 등록제 실시 이전에 개업한 PC방 시설은 불법이 아니므로 영업장 폐쇄조치를 내릴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주요 내용이다. 합동법률사무소 광진 소속 정규수 변호사는 "자유업 상태에서 개업한 업주들에겐 최소한 5년 정도의 등록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1900여개 PC방 불법영업 중

폐업 위기에 몰린 곳은 H PC방뿐만 아니다. 문화부에 따르면 전국 2만여개 PC방 가운데 미등록 업소가 1900여곳(7월 말 현재)에 달한다. 서울지역에서만 5326개 PC방 중 20.4%인 1084곳이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영업 중이다. 이들은 해당 시ㆍ군ㆍ구청이나 경찰서에서 단속나올 때까지 무턱대고 영업하거나,위헌소송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변 경쟁업소의 고발과 행정당국의 단속이 이어지면서 영업폐쇄 처분을 받은 미등록 PC방의 행정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PC방 업주들의 모임인 인터넷PC문화협회 조영철 정책국장은 "등록요건을 맞추기 위해 금연시설 등을 만드는 데 큰 돈을 들인 등록 PC방 업주들과 미등록 PC방 업주들이 서로 억울하다고 문의를 해온다"며 "이번 소송은 1차로 진행된 것이고 앞으로 2차,3차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최민지 인턴(한국외대)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