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적체가 장기화하면 주택가격이 내년에 현재보다 최대 25%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농협경제연구소(소장 김덕기)는 20일 발표한 '가계 주택수요 분석을 통한 향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주택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른 적정 가격을 넘어서 있어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하락률이 15% 안팎에 그치겠지만 늘어난다면 하락률이 최대 2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분양은 2005년 5만7000여가구에서 올 들어 13만여가구로 늘었으나 가격정도를 나타내는 주택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86.9에서 102.2로 오히려 상승했다. 국내 주택보급률이 2002년부터 100%를 넘은 상황에서 이 같은 상승은 실수요보다는 투기수요 증가에 따른 '거품'이라는 것이 경제연구소의 설명이다.

더욱이 이미 가계의 주택투자는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이뤄져 있어 일부 상위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택 구입 여력이 소진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0.2%에서 올 1분기 45.6%로 5.4%포인트 증가했다. 더욱이 현재 최고 9% 수준인 주택담보 고정금리가 올 4분기에는 10%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돼 대출을 통한 주택수요를 감소시켜 주택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연구소는 대출 규모가 1% 하락할 때마다 주택가격은 1.2%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하락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미분양 물량이 1% 늘어날 경우 주택가격은 0.19%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현식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가계의 대출 여력이 거의 없어 주택 부양책을 펼쳐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고분양가 해소 등 시장왜곡 요소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