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전남 진도군 고군면 벽파리 수중 갯벌에서 발굴된 '진도 통나무배'(사진)는 14세기말 한반도에 출몰했던 왜구의 선박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탄소 연대 측정 결과 13∼14세기에 건조된 이 통나무배는 길이 19m,너비 2.34m로 녹나무 속을 파낸 반원형 통나무 3개를 묶은 다음 상부에 돛대와 선실 등 구조물을 얹은 형태다.

한반도 연안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고선박과는 형태와 구조가 전혀 다른 이 배는 그동안 중국 푸젠성 연안의 선박에서 배의 안전 항해를 위해 동전을 넣어주는 구멍인 '보수공(保壽孔)'이 있는 점을 근거로 중국 고선박으로 추정돼왔다. 그러나 복원을 위해 실물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일본 고선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시관은 밝혔다. 12∼14세기 일본 가마쿠라(鎌倉) 시대 문헌의 선박 관련 기록과 그림,일본에서 발견된 5척의 통나무배 발굴 자료 등과 비교한 결과 구조와 형태가 유사하다는 것.

전시관 측은 "이 선박이 어디에서,왜 왔는지 등은 알 수 없으나 14세기 후반 서남해안에 왜구 출몰이 극심했던 점,진도 벽파리가 고려시대의 유명 포구로 많은 국내외 배가 드나들었을 가능성,13세기 후반 여몽연합군의 일본원정 등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관은 이 배의 정확한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오는 11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