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멤버 `토요산행'..8.15계기 새출발 다짐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부부처 장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청와대 뒤편 북악산에 올랐다.

취임 후 몇차례 국무위원 및 청와대 수석들과의 주말 산행을 계획했으나 `쇠고기 파문' 등으로 계속 미뤄오다 어렵게 일정을 잡았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

그러나 이날 산행은 전날 광복 63주년 및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계기로 사실상 `제2의 취임식'을 치른 이 대통령이 국정을 함께 이끌 참모들과 새출발을 다짐하는 워크숍의 성격이 짙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 청와대 수석 등이 오늘 오전 9시부터 청와대 뒤편 등산로를 따라 약 2시간 10분 동안 산행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산행에는 중국 출장 중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제외한 모든 장관 및 청와대 수석들과 함께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등 국무회의 멤버들이 대부분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행에 앞서 장관, 수석들과 함께 간단히 몸을 푼 이 대통령은 등산로에 들어서면서 "시작은 천천히 하는 것이다"면서 "고갯길이 나올텐데 처음부터 오버(무리)하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 참가자는 전했다.

원론적인 `등산수칙'을 확인한 것이나 듣기에 따라서는 새 정부 출범초 잇단 악재를 맞았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자세로 국정을 챙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산행이 끝난 뒤 청와대 상춘재에서 참가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도 "우리가 오늘 산에 오른 것은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기 위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국정운영에 매진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 2월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국무위원 내정자, 청와대 수석,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 등과 국정워크숍을 가진 적이 있으나 새 정부 출범 이후 공식 회의석상을 제외하고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산행에서 이 대통령은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장관 및 수석들과 담소를 나눴으며, 전날 있었던 광복 63주년 및 건국 60주년 경축식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장관, 수석들은 산행후 돼지고기, 쇠고기 바비큐, 냉면에 반주를 곁들인 오찬을 함께 하면서 "그린 코리아(Green Korea)에서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새 출발을 다짐하기도 했다.

한 참모는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된 등산코스여서 시민들과 만나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면서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고 준비한 오이를 나눠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걱정했는데 산행이 끝난 뒤 비가 내렸다"면서 "지난 14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건국 60주년 전야제와 어제 8.15 행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