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가구, 다세대 주택 전세 시장이 아파트 시장과 따로 놀고 있다.

단독, 다세대 전세는 강남은 물론 강북지역에서도 물건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도 강세다.

최근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며 기존 아파트 시장은 전세 물건이 넘치고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것과 완전 딴 판이다.

◇ 단독, 다세대 전세 '상한가' =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일대 단독.다세대 주택은 최근 전세물건이 귀하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부족해 거래를 못한다.

이에 따라 전용 82㎡ 규모의 단독주택 전셋값은 2년 전 1억원에서 현재 1억2천만원으로 올랐고, 같은 기간 전용 50㎡ 다세대 전세는 6천만원에서 8천500만-9천만원으로 상승했으나 물건이 나오기가 무섭게 동이 난다.

반면 인근 아파트들은 전세 물량이 남아 돌고 있다.

잠실 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한창이고, 9월부터는 암사동 롯데캐슬 단지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전세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고덕동 삼익그린 아파트 92.56㎡는 2년 전 1억7천만원이었으나 현재 1억5천만원으로 오히려 2천만원 하락했다.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단독.다세대 주택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싸서 그런지 전세 물건이 부족할 정도"라며 "아파트는 기한내 못빼주는 전세가 수두룩한데 단독주택 전세는 딴 세상"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일대도 마찬가지다.

잠실본동, 석촌동, 삼전동 일대의 방 2개짜리 다세대.빌라는 전셋값이 9천만-1억3천만원 선으로 2년 전 7천만-1억원에 비해 2천만-3천만원 상승했다.

늘봄부동산 김건규 사장은 "이 일대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다세대, 빌라 전세는 이와 무관하게 가격이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지역 아파트는 맥을 못춘다.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잠실 주공1-4단지.시영 재건축 입주 예정자들이 내놓은 전세 물량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이 아파트 112.4㎡의 경우 지난해 말 1억8천만-2억1천만원이던 전세가 최근 1억6천만-2억원으로, 119㎡는 2억-2억4천만원이던 것이 1억8천만-2억원으로 떨어졌다.

잠실지역 인기 아파트인 아시아선수촌 전셋값도 지난 연말 대비 5천만원 정도 하락했지만 전세물건이 쌓여 있다.

반석부동산 이주호 사장은 "전세를 내놓은 지 5개월이 넘도록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도 있다"며 "곧바로 추석 명절이 끼어 있어 가을 성수기에도 전세 시장이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강북지역도 마찬가지다.

뉴타운 이주가 진행중인 동대문구 전농동 일대 단독.다세대 전세는 1-2년 전에 비해 2천만-3천만원 정도 뛰었다.

전농동의 전용 36-39㎡짜리 다세대 전셋값은 지난해 여름 5천만원 선이었으나 현재 7천만원, 전용 59㎡는 1억3천만원이지만 물건이 부족하다.

반면 동대문구 장안동 삼성래미안의 경우 82㎡를 제외한 100-142㎡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방학 이사철을 무색케한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 아파트 중개업소도 매매는 물론 전세 수요도 없어 파리만 날린다.

88공인 김경숙 사장은 "불경기라 그런지 대부분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거나 상승분만큼 월세로 돌려 재계약을 한다"며 "신규 전세 수요자가 없기 때문에 세입자를 못구해 두 달째 빈 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도 있다"고 말했다.

◇ 아파트, 단독 '수요층 달라' =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7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1% 오른데 비해 단독주택은 5.3%, 연립주택은 5.7% 각각 올랐다.

한강 이북 14개구는 아파트가 3% 상승했지만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은 각각 6.2%, 7.4% 올랐고, 한강 이남 11개구도 아파트(1.3%)에 비해 단독(3.8%), 연립(3.9%)의 상승폭이 컸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단독.다세대 전세 시장이 따로 노는 이유는 가격과 수요층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잠실 등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단독.다세대 수요가 비싼 아파트 전세로 옮겨가지는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개발 이주수요는 아파트 전세보다는 서민이 거주하는 인근 단독, 다세대 등의 전셋값만 올려놓고 있다.

답십리 미래부동산 박상학 대표는 "재개발 무이자 이주비가 적기 때문에 이주비만으로 아파트 전세를 얻긴 힘들다"며 "뉴타운.재개발 이주가 한창인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북지역 아파트 전세가 예상보다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강남권 아파트 입주 물량 영향도 크다.

일부 강북 아파트 전셋값은 강남권보다 더 비싼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동대문구 장안동 삼성래미안 109㎡의 경우 전셋값이 1억8천만-2억1천만원으로 잠실 주공5단지 112-119㎡(1억6천-2억1천만원)는 물론 잠실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112㎡(1억8천만원) 전세보다도 비싸다.

장안동 래미안공인 신덕수 사장은 "전셋값이 비슷할 경우 반드시 강북에 살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녀 학군이나 생활환경이 뛰어난 강남권으로 가지 않겠느냐"며 "아파트 전셋값은 당분간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