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오세티야 독립문제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국내외 언론매체를 통한 '선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분명한 사실은 그루지야가 영토내 친러 자치공화국인 남오세티야 지역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7일 밤과 8일 새벽 남오세티야를 공격해 들어갔고 이에 러시아가 남오세티야로 탱크를 들여보내 그루지야군을 격퇴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
러시아와 그루지야는 이 과정에서 각각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홍보전문가들을 고용, 각각 자국에 유리한 입장을 해외 언론매체를 통해 먼저 알리려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 전했다.

실제로 이들 홍보전문가는 회의용 전화를 갖추고 해외언론 인터뷰를 해오고 있다.

러시아는 선전전을 통해 정직한 중재자인 자국이 남오세티야인들에 대한 인종청소를 실시한 '통제불능의'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에 맞서 마지못해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 하고 있다.

반면 그루지야는 부활하는 러시아 '곰'에 대항하는 용감한 소국인 자국이 서방식 민주주의 국가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되려 했다는 이유로 크렘린의 불공평한 처벌을 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

선수를 친 것은 그루지야측.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CNN과 BBC와 같은 세계적 방송들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투쟁을 알리면서 자국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만큼 서방측 도움이 필요하다고 재빨리 호소했다.

이어 러시아가 선전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전쟁과 관련한 많은 '엇갈리는' 팩트들이 양산되고 있다.

양측은 상대방이 많은 민간인 사상자들을 발생시켰다고 주장하고 있고 사상자 수는 '고무줄'과 같다.

또 그루지야는 지난 4일간 러시아 전투기 10대를 격추했다고 하지만 러시아는 10일 전투기 2대만 잃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은 또 그루지야의 교전중단이 이뤄졌는 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루지야는 '10일 오전 5시(현시시각)에 교전중단하라'는 내용의 사카슈빌리 대통령 명의의 명령서를 자국 주재 러시아 대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후 인테르팍스 통신은 러시아 외무부가 예의 명령서는 받았지만 교전은 계속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국내 언론도 엇갈린 내용을 보도하기는 마찬가지.
러시아 TV방송들은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야에서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자막을 내보냈다.

자막과 함께 울고 있는 남오세티야 여성, 폭격받은 건물, 공포에 질린 어린이 등을 담은 화면이 빠른 속도로 방영됐다.

그루지야에선 개전시점부터 TV채널 하나만 가동되고 있고 러시아어 인터넷 사이트는 개전시점 직후 봉쇄됐다가 10일 저녁부터 접속이 가능해졌다.

남오세티야 수도 츠힌발리가 러시아와 그루지야간 교전 중심지였지만 일반기자와 사진 및 TV 카메라 기자들이 공습을 피하려 피신하는 바람에 객관적인 보도는 아예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관영 영어 TV채널인 '러시아투데이'는 "츠힌발리는 인간지옥으로 변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건물더미 아래 매몰돼 있다"고 전했다.

남오세티야 관리들은 그루지야의 첫 날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1천400명이라고 밝혔지만 확인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관리는 또 약 3만명의 남오세티야인이 북쪽으로 피란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매체들은 러시아 영토인 북오세티야로 피란한 사람은 극소수라고 전하고 있다.

그루지야의 한 장관은 자국이 서방측에 카스피해 에너지 통과국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점을 감안, 러시아가 자국내 유럽행 송유관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비군사적 목표물을 공격하지 않고 있다며 그루지야측 주장을 일축했다.

일부 '독립적인' 전문가들은 카스피해에서 그루지야를 거쳐 터키로 이어지는 문제의 송유관은 지난 5일 터키 동부 구간에서 일어난 폭발로 현재 사용되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그루지야간 무력충돌이 심화하는 가운데, 그루지야는 자국내 또다른 친러 자치공화국인 압하지야 군대가 러시아측 지원을 받아 그루지야군을 몰아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 역시 부인하고 있다.

또 그루지야 국가안보회의 의장인 알렉산더 로마이아는 지난 9일 새벽 러시아 공군의 폭격을 받은 자국의 흑해연안 항도 포티가 러시아 해군에 의해 봉쇄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러시아군은 포티에선 무기만 압류할 뿐 밀가루와 연료 등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알마티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