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주역으로 등장한 '박세리 키즈'가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1일(한국시간) 영국 버크셔 서닝데일골프장(파72.6천408야드)에서 막을 올린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신지애(20.하이마트)와 오지영(20.에머슨퍼시픽)이 6언더파 66타를 때려 선두 줄리 잉스터(미국.67타)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 나섰다.

US여자오픈 챔피언 박인비(20.SK텔레콤)와 동갑내기 친구인 신지애와 오지영은 박세리가 LPGA 투어에 화려하게 데뷔하던 1998년 열살 꼬마였고 "나도 세리 언니처럼 골프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국내에서 '지존'으로 군림하며 틈틈이 미국, 일본여자프로골프, 그리고 호주까지 넘나들며 세계랭킹 10위에 올라 있는 신지애는 버디 8개를 뽑아냈고 스테이트팜클래식 우승자 오지영은 버디 9개를 쓸어담았다.

신지애는 "경기에 앞서 내린 비로 페어웨이와 그린이 부드러워져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다"면서 "코스가 아주 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드라이버로 똑바로 멀리 때려내는 능력이 세계 정상급인 신지애는 파5홀 네곳에서 모조리 버디를 잡아냈지만 이글도 가능한 짧은 파4홀인 9번홀(파4.273야드)을 파로 넘어간 것이 아쉬웠다.

오지영은 버디도 많았지만 보기 3개를 곁들인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일본여자골프에서 43승이나 올린 후도 유리(일본)와 작년 미즈노오픈 챔피언인 우에다 모모코(일본) 등이 신지애와 함께 공동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2위 그룹에는 무려 7명이나 몰려 치열한 우승 경쟁을 예고했다.

웨그먼스LPGA에서 우승한 지은희(22.휠라코리아)와 일본에서 활약하는 이지희(29.진로), 송보배(22.슈페리어), 그리고 안시현(24) 등은 4언더파 68타를 때려 공동9위에 포진했다.

3언더파 69타를 친 최나연(21.SK텔레콤)과 박희영(21.하나금융), 강지민(28) 등도 상위권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첫날 스포트라이트는 48세의 노장 잉스터에게 쏠렸다.

메이저대회를 7차례나 우승했지만 2002년 US여자오픈 이후 6년째 메이저 왕관과 인연이 없었던 잉스터는 9번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려 이글 퍼트를 집어넣은 잉스터는 버디 5개를 보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잉스터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카리 웹(호주) 혼자 뿐인 슈퍼 그랜드 슬래머가 될 수 있다.

슈퍼 그랜드 슬램은 나비스코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고 지금은 없어진 뒤모리에클래식과 뒤모리에클래식을 이어받은 브리티시여자오픈 등 모두 5개 메이저대회를 한차례 이상 우승하는 것을 뜻한다.

잉스터는 나비스코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과 뒤모리에클래식을 제패해 그랜드슬램은 이뤘지만 2001년부터 뒤모리에클래식을 대신해 메이저대회가 된 브리티시여자오픈은 우승한 적이 없다.

잉스터는 "하도 골프가 안돼 에비앙마스터스와 브리티시여자오픈에 불참하려 했다"면서 "딸들의 조언에 따라 이곳에 온 게 잘한 일 같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잉스터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2001년 이곳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했던 박세리와 메이저대회 2연승에 도전장을 낸 박인비는 나란히 2오버파 74타를 쳐 컷오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3언더파 69타를 쳐 썩 만족스럽지 않았고 마지막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치르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이븐파 72타에 그쳐 우울한 표정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