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원짜리 사업을 하겠다면서 사업예정자의 신용도와 재무현황 같은 기본조사도 없이 덜컥 투자계약을 맺은 게 말이 됩니까. "

31일 오전 인천시청 브리핑실.80조원대 용유.무의도 해양관광단지 개발프로젝트가 무산된 데 대한 긴급 브리핑장에서 기자들의 이 같은 추궁이 이어졌지만 인천경제청은 뾰족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대신 "캠핀스키는 사실상 태국과 레바논 왕실자본으로 운영되는 비상장기업이어서 재무상태 열람을 요청했지만 볼 수 없었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외자투자로 초대형 국제해양관광단지를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된 이유로선 너무 옹색했다.

이어진 상황 설명도 주먹구구 행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인천경제청은 캠핀스키와 기본협약을 맺기에 앞서 현장 방문은 물론 투자의지,사업 이행능력 등 실사 및 검증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단지 작년 초 당시 이환균 인천경제청장과 시 관계자들이 캠핀스키가 개발했다는 두바이와 바레인의 리조트만 보고 투자유치를 결정했다는 '황당한 이유'만 되풀이했다. 소액 투자를 결정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재무현황자료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기본인데 이런 원칙조차 무시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캠핀스키 컨소시엄은 말만 컨소시엄이지 호텔을 운영하는 캠핀스키㈜ 한 회사만 존재할 뿐 계열사인 스위스에 있는 시행사 KI코퍼레이션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조금만 주위를 기울였다면 낭패를 면할 수 있었지만 인천경제청은 작년 7월 부실투자계약을 맺은 뒤에 태평스레 사태를 낙관해왔다. 본 계약 시한인 금년 4월까지도 개발계획 등 구체적인 투자계획서를 받지 못하자 그제서야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다. 그나마 계약해지 조치가 나온 것은 또 4개월이나 지나서다.

인천경제청의 연이은 어설픈 행정처리 탓에 제대로 된 외자유치 기회를 놓쳐 버리고 외자가 간절히 필요한 사업의 이미지마저 훼손된 것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