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중 외국인들이 국내에 직접투자(FDI)한 돈보다 회수해간 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국내에서 지분 10% 이상을 취득하거나 법인을 설립하는 직접투자의 경우,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순투자액이 상반기에 8억8610만달러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투자만 그런 것이 아니고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주식 판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빼내 가면서 상반기 순유출액이 종전 최고치였던 2002년 상반기의 무려 8배에 이르는 221억달러로 파악됐다.

외국인 투자 위축(萎縮)은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대형 인수.합병(M&A) 등이 일단락되면서 투자 유인이 감소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외국 자본을 유치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목표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투자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비싼 땅값,고율의 임금 상승,빈번한 노사분규 등이 외국인 투자를 저해(沮害)하는 요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투자 관련 제도,수도권 규제 등의 개선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지부진하면서 외국인들이 발길을 되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 투자는 줄고 있는 반면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큰 폭으로 늘고 있고,무려 20조원이 넘는 대기업 투자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상태를 방치할 경우 외국인들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되면서,우리 경제의 활성화는 갈수록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외국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데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그 핵심이 수도권 규제 철폐,투자업종 제한 같은 차별규제 개선 등 규제 환경을 개혁하는 것임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외국기업의 M&A에 대해 부정적인 국내의 반외자 정서 또한 하루빨리 불식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