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후 안전을 염려 탓인지 현대아산은 개성관광에 안내조장을 배로 늘리는 등 관광객 신변안전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으나 일반 관광객들은 이번 사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금강산 피살사건이 발생한 지 2주가 지난 25일 개성관광을 떠나기 전 출경에 필요한 서류를 나눠주는 자리에서부터 안전교육이 실시됐다.

교육 내용은 정해진 관광구역을 벗어나지 말 것, 북측 사람들을 자극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삼갈 것, 사진촬영은 정해진 구역에서만 할 것 등 크게 세가지였다.

출경수속 후 관광버스에 올라타자 안내조장은 다시 관광시 행동에 대한 유의사항을 상기시켰다.

특히 외국여행을 할 때처럼 출입국사무소에서 엑스레이로 관광객 소지품 검사까지 마쳤지만 안내조장은 불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사진기를 제외한 각종 전자제품이나 여행 중 틈틈이 읽으려고 가지고 온 책, 음식물 같은 것을 싼 신문지 등이 북측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안내조장한테 제출하라는 것.
이동 중 북측 시내 촬영이 금지됐으니 사진기는 버스에서 아예 꺼내놓지 말라는 '신신당부'와 함께 버스는 군사분계선을 넘으며 본격적으로 개성관광이 시작됐다.

이날 개성관광은 '박연코스'로, 오전에 박연폭포, 관음사를 들른 뒤 개성시내 한복판에 있는 통일관과 개성여관에서 점심을 먹고 숭양서원과 선죽교, 고려박물관 등을 관람하는 것으로 일정이 구성됐다.

박연폭포에서 관음사만 도보로 이동했을 뿐 나머지 행선지 사이는 버스로 이동했다.

눈길은 끈 것은 관광버스가 지나가는 길과 맞닿는 길이나 주요 건물 등 군데군데에 북측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배치된 것.
북측 안내원에 따르면 우리로 치면 경찰에 해당하는 인원들이 남측 관광버스가 지나갈 때 혹여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북측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란다.

또한 이동 중 관광버스 행렬 앞뒤로 북과 현대아산 차량 4대가 관광객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이 중 북측 차량 한대는 관광버스 행렬보다 20여m 앞서 나가 주변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 북측 안내원은 "개성에 차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량과 자전거의 통행을 철저히 통제해 북측 주민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라며 북측의 '배려'를 은근히 강조하기도 했다.

개성관광이 오전을 제외하고는 개성 시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북측 안내원을 제외한 북한 주민을 접촉하기는 어려웠다.

관광할 수 있는 지역이 버스 하차 주변 유적지로, 관광시설물들의 울타리로 자연스럽게 북측 주민들의 생활지역과 구분됐기 때문이다.

또한 하늘색 상의를 입은 남측 안내조장과 홍람오각별기 배지를 단 북측 안내원이 관광객들의 동선에 따라 요소요소 위치해 관광객들의 이탈을 막고 있었다.

안내조장은 사건 전 7명에서 15명으로 두 배 늘어났으며 북측 안내원은 20여명 정도로 사건 전후로 변동은 없지만 남북측 안내원 모두 합쳐 40여명이 관광지 요소요소에 배치돼 이들의 눈을 피해 '딴짓'을 하기는 힘들었다.

특히 이곳에서 북측 안내원의 존재가 남측 관광객들의 일탈행동을 예방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금강산에서도 1년 넘게 있었다는 한 남측 안내조장은 "금강산 관광객들은 주로 남측 안내조장의 통제를 받지만 이곳은 북측 안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북측 안내원의 모습에 긴장을 하는지 행동하는 데 조심하는 편이고 북측 안내원들이 하는 말에 잘 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 관광일정 탓인지 오전에는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점심 전후로 활력을 되찾으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은 금강산 피살사건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듯 했다.

관광객 원창신(68)씨는 "처음 개성에 들어왔을 때는 좀 걱정이 됐으나 친구들과 같이 다니니 일반 관광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는 미국인 관광객 델가도르 페즈에이르네(26)씨는 "남북이 합작해 운영되고 있는 개성공단에 관심이 있어 이곳을 찾았다"며 "이번 사건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평화사랑 역사문화 국토순례'를 온 민족평화축전 조직위원회 인창원 사무총장은 "문화유적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을 볼 수 있어 청소년들과 함께 개성을 찾았다"며 "금강산 피살사건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이 걱정한 나머지 국토순례를 취소해 순례단 규모가 다소 줄어들긴 했다"고 말했다.

개성이 고향이라는 한 북측 안내원은 "일(금강산 피살사건)이 있고 나서 남측 관광객이 (버스)한두 차가 빠지는가 싶었는데 지금은 예전과 비슷하다"며 "남측 관광객들은 처음엔 좀 긴장하지만 점심 식사 마치고 나며 (긴장이)풀린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개성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