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입원치료..벌집형 밀폐 구조가 화 키워
경찰, 방화에 무게 두고 수사

25일 새벽 경기도 용인의 고시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해 입원치료중이다.

불이 난 고시원은 방 1개당 면적이 6.6㎡(2평) 남짓한 68개의 방들이 벌집처럼 붙어 있어 유독가스가 퍼지며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발생
이날 오전 1시25분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10층짜리 상가건물 9층의 고시원 'T 고시텔' 6호실과 8호실에서 불이 났다.

불은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42분만인 오전 2시7분께 꺼졌다.

불로 이영섭(36)씨 등 7명이 사망하고 이철군(42)씨 등 6명이 유독가스를 흡입, 용인강남병원 등에 입원 치료중이며 부상자 일부는 중태다.

사망자들은 6호실 안쪽 복도와 후문 근처에서 발견됐다.

투숙객 5명은 가벼운 상처로 병원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T고시텔 관리인 고모(46.여)씨는 "화재 비상벨이 울려 6호실로 뛰어가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지만 불길이 워낙 거세고 유독가스가 치솟아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투숙객 박모(22.여)씨는 "비상벨이 울려 울려 밖으로 나와보니 복도 중앙에 연기가 나고 4-5명의 사람이 나와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피했다"고 말했다.

불이 날 당시 T고시텔에는 30-40명이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상자 외에 10-20명은 자력으로 대피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전체 투숙객중 대학생 20여명은 방학으로 고시텔을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방화 추정
T고시텔 6호실과 8호실이 불에 타고 빈방으로 확인돼 경찰과 소방당국은 일단 방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시텔 좌측 안쪽에 위치한 6호실은 전소됐으며 8호실은 침대 일부가 불에 탔다.

불은 복도 일부만 태웠을 뿐 다른 방으로 옮겨 붙지는 않았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8호실의 침대 일부만 탔을 뿐 침대 주위에는 화인이 될만한 전열기구 등이 없어 누군가 불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6호실도 함께 불이 난 것을 보면 2개 방에 연달아 불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개 방 사이에 있는 7호실은 닫혀 있고 피해가 없어 우연의 일치로 비어 있던 2개 방이 함께 불이 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
화재사고를 수사중인 용인경찰서 관계자는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정황상 방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목격자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불이 난 T고시텔 1층 출입구에 설치된 CC-TV를 확보, 화재 당시 출입자 등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확인중이다.

T고시텔 내부에 설치된 CC-TV는 화재 당시 작동되지 않았으며 엘리베이터 내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경찰은 또 T고시텔의 건축설계도 등 각종 서류를 넘겨받아 건축법 및 소방법 위반 여부를 검토중이다.

이밖에 화재당시 후문이 잠겨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 고시텔측의 안전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확인중이다.

경찰은 용인경찰서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46명)를 설치, 신원확인.감식팀과 화재수사팀, 인허가수사팀 등 3개 팀으로 나눠 수사를 진행중이다.

◇T고시텔
T고시텔은 지난 2003년 3월부터 운영중이며, 전체 면적은 559.9㎡로 6.6㎡(2평) 남짓한 68개의 방들이 잇따라 붙어 있는 구조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가장자리를 돌며 복도가 나 있고 중간을 가로지르는 복도 4개가 있다.

T고시텔은 지난 21일 실시된 소방점검에서 아무런 지적을 받지 않았다.

T고시텔은 대물 4억원, 대인 1억원 등 모두 5억원의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다.

용인시는 사고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중재에 나서는 한편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시는 유족들이 원할 경우 처인구청 등 적절한 장소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사망자
▲이영섭(36), 정찬영(26) : 용인 사랑의 병원
▲이철수(44) :용인 서울병원
▲강정혜(51.여), 김병근(47), 이병철(38), 권순환(26) :용인 세브란스 병원

◇부상자(입원치료)
▲이철군(42) :용인 서울병원
▲김홍성(41), 김영선(47.여) :용인 강남병원
▲김지희(22), 이대영(44) : 용인 다보스병원
▲조윤진(19) : 용인 사랑의 병원


(용인연합뉴스) 권혜진 김동규 기자 chan@yna.co.kr